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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Oct 25. 2022

하마터면 예쁜 딸을 잃을 뻔했습니다.

10월 4주 '보글보글' 글놀이 '아찔한 순간'

1998년 여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계곡에 놀러 갔었습니다.

여름엔 계곡이 최고니까요.

18개월 된 딸을 작은 원형 튜브에 눕혀 놓고 계곡물에서 밀어주며 놀았죠.

조금씩 밀어주다가 더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서 조금 세게 밀었습니다.

4미터 정도 가던 튜브.

갑자기 뒤집어졌습니다.

아이는 가만히 있었는데.

위 그림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기껏해야 1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서 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는 곳이었죠.

아무리 높이가 낮아도 물의 흐름이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뀌는 곳이고,

하류는 제 허리까지 물이 차 있는 깊이였기 때문에

그 흐름에 튜브가 뒤집어져 버린 것입니다.

순식간에 딸은 물속으로 잠겨버렸죠.

물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어 보려고 했으나 눈을 뜰 수 조차 없었습니다.

차가운 계곡 물속에서도 식은땀이 흐르고 몸의 모든 털이 쭈뼛 섰어요.

(그만큼 극도의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는)

순간,

어차피 제 쪽으로 흘러 내려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흘러 내려올 방향으로 한 발 움직여서 두 팔을 물 밑으로 넣었죠.

딸이 몸이 제 팔에 닿았습니다.

번쩍 들어 올렸죠.

약 4-5미터를 물속에서 떠내려온 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았는지 딸은 놀란 것 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딸이 제 팔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무리 낮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이라 할지라도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아들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생전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아들들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저나 아들들이나 롤러스케이트나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본 적이 없었기에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것이 모험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까짓 것 그냥 한 발씩 밀면서 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어떻게 타는 것인지 교육도 받지 않고 스케이트화를 빌려서 신고 빙판에 올라섰죠.

가장 바깥쪽에서는 쌩쌩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안쪽에서 거의 슬로 모션으로 움직였죠.

신기하게 앞으로 잘 미끄러져 가더라고요.

조금 가다가 아들들이 뒤에서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보는 순간,

몸이 갸우뚱하며 넘어지려고 했습니다.

만약 미리 교육을 받았다면 이때 엉덩이 쪽으로 넘어졌을텐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두 팔을 바닥에 짚은 순간,

사지가 쫙 펴지면서 머리를 정면으로 바닥에 박아버렸습니다.

'쿵'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안경은 깨지고, 이마와 코에서는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별이 빙빙 돌았죠.

다행히 정신은 잃지 않아서 기어서 빙판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만약 정신을 잃었다면, 구급차에 실려갔겠죠.

머리가 멍하고 이마와 코는 아팠어도, 약간 어지러움만 느낄 뿐 정신은 말짱했습니다.

우리의 첫 스케이팅은 이렇게 1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습니다.

뇌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돌머리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네요.

이 이후로 저는 스케이트 장이든지 스키장이든지 미끄러운 곳에 절대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인라인 등을 절대 사주지 않았죠.

'안전 제일주의'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조금만 눈이 와도 차를 몰고 나가지 않고,

조금만 길이 얼어도 아이젠(작은 병뚜껑을 붙여 놓은 것 같은)을 신발에 씌우고 출퇴근합니다.

낚시할 때도 비록 평지에서 하지만 단 한순간의 실수로 바다에 빠질 수 있기에 구명조끼를 입고 합니다.

영암 방조제가 아주 길고, 거의 200여 명 이상이 한 줄로 서서 낚시를 하는데

그중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저 혼자.^^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질 위험에 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명조끼는 꼭 입습니다.


안전하게  살다가  자연사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평균 수명보다 조금만 더.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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