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사람 마음에 가야 살아남는 거 알아? 입 밖으로 뱉어야만 마음에 가서 닿는다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나온 대사입니다.
박준 작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에 쓰여 있는 말을 인용한 것이네요.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사람의 귀에서 죽지 않고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너무 마음에 와닿는 말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듣습니다.
한 귀로 듣고 두 귀로 흘린 사람은 그 사람의 성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귀에서 죽여버린 것입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말은 살아 움직여서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주겠지요.
물론, 그 누군가가 나의 적이거나 나를 해하려는 사람이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귀에 도달하는 순간 죽여야만 합니다.
그건 조언이 아니라 비난이니까요.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 중 누군가가 힘들어합니다.
힘든 마음을 드러내어 말합니다.
내 귀에서 이 말을 죽여버리면 누군가의 말은 듣기 싫어지게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게 만들고, 급기야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 말은 내 마음에서 살아나서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어 왜 힘들어하는 지를 깨닫게 되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 지를 알게 해 줍니다.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누군가가 희망차게 살아가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나 알아?"
자식을 키우면서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당연히 모르죠.
입 밖으로 내뱉어야만 마음에 가서 닿게 되고 그 말이 살아나게 되니까요.
말을 먼저 해야죠.
물론, 말을 했는데 들었던 부모가 귀에서 끝내버린 경우도 있겠지요.
제가 부모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부모는 자식이 하는 말을 마음보다 더 깊숙한 곳까지 가지고 옵니다.
그런 연후에
그 말을 살려서 자식에게 얘기를 해주죠.
이 얘기가 자식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비록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할지라도,
부모의 본질을 헤아린다면
부모가 자신에게 최소한 해가 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면
그 말을 귀에서 죽이지 말고 자신의 마음으로 가져가서 깊이 생각하여 더 멋지게 살려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부모가 자식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면
자식이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아서이거나,
힘든지는 알지만 자식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가 없어서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어서이고,
드물지만,
자식의 마음을 헤아릴 만큼의 여유가 없어서이거나,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해 준다면, (누군가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최소한 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겠죠.
저는, 지금까지 귀에서 죽인 말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너무 마음 깊숙한 곳까지 가져와서 상처를 심하게 남긴 적도 많았지요.
누군가의 말을 마음까지 가져와서 잘 다듬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렵니다.
나의 기준에 의해 누군가의 말을 귀에서 소멸시켜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에 의해 제 마음에 조금의 상처라도 남기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뜻대로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