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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Nov 22. 2022

터닝 포인트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네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누구나 그러하듯이

그동안 수많은 갈래길에서 한 길을 선택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중 한 번만 다른 길을 택했어도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테지요.

매 번,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지만,

'그것이 최선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의해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더욱더 그러한 마음이 드는 것일 수도 있죠.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소설을 써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필력이 딸려서 포기했었습니다.


ㅇ 터닝포인트 –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 또는 그 지점


1. 태어날까 vs 태어나지 말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저를 떼 버리기 위해 약을 드셨고, 약을 드신 지 한 달 후에야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었다네요.

나름 열심히 버텨서 태어나기는 했는데, 고등학생 때 태어난 것을 후회한 적이 있었지만,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없었다면, 엄마도 누나도 동생도 힘들었을 듯해요.

뭐, 더 잘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고려한다면 그렇다는.


2. 어느 대학교에 지원할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과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정해놓으셨기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학교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로 돌아간다면 과를 다르게 선택하고 싶어요.

집안 형편을 고려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대학교를 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하나의 선택으로 인하여 인생은 거의 180도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만약 이 선택을 하지 않았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그 어떤 선택보다도 높습니다.

이 선택으로 인하여 겪은 평지풍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딱 하나의 소득이 있었는데,  아내를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소득이라 볼 수만은 없을 듯해요.

짚신도 짝이 있으니 어차피 만날 것이었기에,

제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아내도 더 나은 대학교 더 좋은 과를 갈 수 있었을 텐데

그 길을 제가 막아버린 것일 수도...

결론은, 제 인생 최대의 패착이었습니다.

제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 그리고 집안 형편이 일으킨 나비효과에 의해 많은 고통을 당했었네요.


지금 이 순간,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꼭 잘 선택하기 바랍니다.

이번에 점수가 부족해서 갈 수가 없다면,

일이 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 젊을 때 재도전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3. 군 장학금을 받을까 말까

형편이 어려워 여동생을 대학교에 보내줄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고민 한 번 해보지 않고 시원하게 지원해버렸던 '군 장학금'.

이건, 두 번째 큰 패착이자 그 대학교에 가서 일어난 나비효과 중 가장 큰 것이었죠.

이 선택으로 인하여 살면서 결코 겪지 않아야 할 고초를 여러 번 겪었었습니다.

아내의 인생도 완전히 바꿔버리게 되었죠.


이것도 비록 제가 선택한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측면이 크기에

당장의 형편이 어려워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지 말고 아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것을 추천합니다.


4. 아내에게 교사를 그만두라고 할까 말까.

대학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되어 9년간 중학교 교사를 하고 있던 아내에게

전문의 시험을 합격하자마자 '이제부터 내가 먹여 살릴 테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도 군생활을 6년 이상 더 해야 할 수도 있는데,

관사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제안을 했었죠.

결혼 직후부터 8년간 격주 부부를 했었기에 합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대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갔어도 군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나비효과입니다.

이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내는 교사를 하고 있겠죠.

신혼살림도 차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우리 부부를 안타까워하던 장모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우리의 판단으로 선택한 퇴직은

50대 50.

어떤 것이 더 나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비록 제가 혼자 살면서 조금 더 힘들었을지라도 교사를 계속한 것이 더 나았으리라 여겨집니다.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매 번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에 불만은 별로 없으니 후하게 쳐줘서 50:50.


직장을 그만둘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될 수도 있지만

미래의 시뮬레이션을 최대한 돌려보고 나서 결정해야 후회를 덜할 것 같아요.


쓰다 보니 길어져버렸네요.

이 외의 터닝포인트들은 저 혼자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변화가 아닌 안주를 하고 싶어 지네요.

앞으로는 더 이상의 터닝포인트가 없이 그냥 이대로 살다가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네요.

혹시라도 터닝포인트가 다시 오더라도 고민 없이 그냥 선택해버려야겠어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많은 잘못된 선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삶에 불만이 별로 없으니 말입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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