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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Feb 25. 2021

김부각

김부각은 정이다

티브이를 돌리다가 김부각 간편하게 만드는 법을 보고,

김부각을 거의 먹어본 적이 없던 내가

단지 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티브이에서 가르쳐준 대로 만들어보았으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식품건조기를 사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다.


식품건조기 한대로 

20장 만드는 데 건조까지 포함 하여 꼬박 12시간 여가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20장 밖에 만들지 못한다.

이왕 만든 김에 잘 만들고 싶었다.

온갖 실험을 하면서 최상의 김부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김부각 중 가장 으뜸이 될만한 김부각을 만들었다.(세상의 김부각을 모두 볼 수 없기에 검색을 통해 본 김부각과 비교해본 결과 이 정도의 자부심은 가져도 될 정도.^^)



그냥 한 번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이 일이 점점 커져버려서

한 달 반 동안 800여 장의 김부각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김부각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이웃 한 분께 김부각을 드리니 너무 맛있다고 좋아하셔서,

또 한 분 드리고, 그러다 보니 서로 아는데 누구는 빼놓을 수 없어서 또 드리고,

누나도 주고, 동생도 주고, 동호회 아는 분들도 드리고, 처제도 주고, 처남도 주고,

이래 저래 아는 분들 계속 드리다 보니 날마다 김부각을 만들게 되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김부각 만들고. 아침에 남은 시간에 만들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쓰려하면 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가 버렸다.


800여 장이나 만들었는데, 집에 별로 남아있지 않아서 또 만들어야 한다.^^

800여 장을 만들다 보니 실력이 늘어서 김에 찹쌀죽 바르는 시간도 많이 줄였다.

김부각 한 장에 찹쌀밥이 두세 숟갈 들어가니 여러 장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할 정도다.

김부각 장사를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만드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


@ 잘 만드는 방법

1. 먼저 찹쌀을 미리 불려 놓았다가 믹서기에 잠깐 돌린다. 찹쌀이 두 동강 날 정도?

찹쌀에 육수를 붓고 불에 올려서 계속 저으면서 찹쌀죽을 만든다.

주걱으로 저을 때 어느 정도 저항이 느껴질 때까지만 한다. 너무 퍽퍽하게 되면 나중에 더 굳게 된다.

물론 너무 굳어 있으면 물을 부어서 풀어주면 된다.

찹쌀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서 풀로 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삭한 맛도 없고 모양도 좋지 않다.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찬물에 담근 물을 육수로 쓴다. 소금 간도 한다)

이렇게 만든 찹쌀죽을 식힌다.

2. 김밥 용 김 한 장의 반쪽 면에 찹쌀죽을 적당히 펴 바른다. 많이 바르면 잘 마르지 않는다.

3. 반으로 접은 후  풀을 적당히 펴 바른다. 

건조할 때 김이 덜 접히게 하려면 모서리를 잘 발라주어야 한다.

4. 깨를 듬성듬성 뿌린다.

5. 식품건조기에 넣고 70도로 열 시간  혹은 65도로 11시간 건조한다.

아래칸은 건조가 잘 되나, 위 칸은 건조가 덜 되므로 찹쌀죽이 많이 발라진 것을 아래칸에 놓으면 된다.

6. 기름에 튀긴다. 10초 정도. 거의 넣었다가 빼는 정도.

이때 나무젓가락으로 접혀있는 부분을 펴 준다.

7. 맛있게 먹는다.



@ 김부각 만들기로 인하여 얻은 이득


1. 서서 만들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

2. 만드는 동안 집중을 하다 보니 잡념이 없다.(낚시하는 것처럼) 

3. 10시간에서 11시간을 건조해야 하니 기다림을 배우게 된다.

4. 건조기에서 꺼낼 때 모양 좋게 잘 만들어졌을 경우에 희열을 느낀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5.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 주는 기쁨을 누린다.

6. 받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맛있다고 한다. 모양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또 만들어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7. 고생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진다.

8. 김부각 한 장에 한 움큼의 정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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