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만물은 결국 늙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분명 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손자 외에 다른 아이로부터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바로 위 누나와 11살 차이이기 때문에,
저는 50이 되기 전에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버렸었네요.
흰머리가 보이면 열심히 뽑고,
뽑을 수 없을 만큼 많아지면 염색을 하고,
주름이 늘어나면 보톡스를 맞거나 주름 개선 크림을 바르지만,
노안이 오면 눈에 어떠한 것을 해서 개선하거나 바꿀 수 없고
(노안 수술이라는 것이 있지만,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라)
근거리용 안경을 쓰고 보면 일단은 해결되지만,
그렇다고 노안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조금이라도 길게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면서 흐릿한 느낌을 받다 보니
'노안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컹 내려앉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제가 긍정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사회 돌아가는 꼴을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사람이지요.
그렇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뭐, 제가 불만을 가진다고 하여 나이를 먹지 않는 것도 아니기도 하니깐...
흰머리를 하나라도 빠질까 노심초사하면서 보존하는 편입니다.
직업상 너무 젊게 보이는 것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더 낫기도 해서이지만,
흰머리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다행히(?) 작년부터 흰머리가 팍팍 늘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박상민의 '중년'이라는 노래를 듣고 이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떠나보자 떠나 가보자"
이 대목에 공감이 되어 글을 썼었네요.
오랜 기간 사람에 치이며 살다 보니 일 년 정도만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하면서 실천에는 옮기고 있지 못하던 터라 더 마음에 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가장 뒷부분은 '젊은 날의 그 시절로' 가보자는 것이었네요.
저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부자이면서 사람도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젊은 날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똑같은 고생을 다시 40년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이고, 절대 싫습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어느 정도 살만도 한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좋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책임 질 일들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닐까 싶기에(저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이 좋습니다.
더 늙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멋진 노인이 되어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기에
노안도 좋고, 늙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리 거부해도 늙을 수밖에 없고,
도저히 하고 싶지 않아도 죽을 수밖에 없기에,
늙어가는 것을 서글퍼해 봐야
멋지게 보내야 할 시기를 망치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록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나고,
몸 어느 곳 하나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가고,
세수하다가 살짝만 잘못 돌려도 허리를 삐고 목을 움직일 수 없게도 되지만,
급사할 병 걸리지 않고,
평균 수명 살짝 넘을 때까지 내 한 몸 내가 건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자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늙어가는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길어야 20-30년.
그 마지막 날에
'유소년, 청장년 시기는 힘들고 인간성도 엉망이었지만
노년은 참 잘 보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헉, 이 대목에서 갑자기 눈물이 살짝...
아직은 죽기 싫은가 봅니다.^^
마지막 날은 꼭 웃을 것입니다.
그날.
조금씩 다가오고 있네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