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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ul 28. 2021

임플란트는 의리나 가격보다 잘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질병에 관한 한 의리를중요시하지말자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

일 년 중 거의 300일 이상을 집에 박혀 지낸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이를 잘 닦는다.

이 닦는 방법도 정확하게 지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에 금니를 하게 되었었다.


문제는 엿이었다.

2년 전에 아는 형님이 이에 달라붙지 않는 엿이라고 사주셨다.

'엿 먹어라'

20년보다 훨씬 전(기억이 안 남)에 먹어보고 먹은 적이 없다.

사주는 데, 이에 달라붙지 않는 엿이라는데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빼서 씹었다.

이런. 금니가 빠져 버렸다.


아는 치과 원장님께 전화했더니 일단 끼워 넣었다가 내일 와서 다시 붙이면 된다고 하셨다.

치과에 가서 다시 붙인 이후로 염증이 생겼는지 붓기 시작했다.

누르니 고름이 나왔다. 이런...

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는데도 잘 낫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다른 치과에 갔다.

잇몸 아래 뼈까지 염증이 생겨서 아프더라도 치간 칫솔로 안쪽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몇 개월을 치료한 후에 염증은 좋아졌다. 


그런데, 수개월 후에 금니 아래에 남아있던 이가 쪼개졌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아는 치과 원장님께 가서 금니를 제거하고 이를 뽑았다.

20년 전에 사랑니와 사랑니 앞쪽 이를 뽑았었는데 그냥 살았다.

앞쪽 어금니 하나를 더 뽑으니 그쪽으로는 씹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뼈가 다 찬 후에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번 달 초에 아는 치과 원장님께 임플란트를 했다.

두 개를 박고 잘라낸 잇몸 세 군데를 봉합했다.

드디어 한쪽으로만 씹는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시련이 닥쳤다.

실밥 제거 후 아프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숙여도 아프고 무거운 것을 들어도 아프고

이래도 저래도 아픔이 증가되었다.

치과에 다시 갔고, 염증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염증이 없는데도 이렇게 아플 수 있는지 여쭈었더니 그게 좀 이상하다고 하셨다.

혹시 모르니 항생제와 소염제 5일분 처방을 부탁해서 먹었다.


그러던 중 잇몸 색깔이 푸른색을 띠고 말랑말랑 해서 눌러봤더니,

대문 사진처럼 피가 터져 나왔다.  밤 10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렸고 다음 날 내원하라 하셨다.


치조골 쪽에 염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시고 마취 두 번 한 후 치료를 시작하셨다.

분명 마취를 하셨는데,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다.

웬만하면 아픈 것을 참는 편인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악을 쓸 정도였다.

결국 대여섯 번의 악을 쓴 후에야 치료가 끝났다.

'내일 다시 와서 치료합시다.'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항생제는 다른 종류로 바뀌었다.

오늘 또 치료를 받았다. 어제보다는 덜 아파서 견딜만했다.

'며칠간 더 치료해봅시다'

망치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박은 것을 빼내고 다시 해야 하는 경우만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소망한다.


요즘에는 임플란트를 3D를 이용하여,

잇몸을 절개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에 심을 수 있고, 봉합하지 않아도 되고, 치료 기간도 짧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치아를 뽑으셨던 제가 아는 원장님은 연세가 조금 있으셔서인지 이러한 장비가 없고,

예전 식으로 치료를 하시는 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이를 뽑아 주시고 몇 달 후에 임플란트를 하자고 하셨었는데,  다른 치과에서 하면 원장님 뵐 때마다 죄송할 것 같다"

"그래도 덜 힘들게 해주는 곳에 가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 둘이 충돌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정에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경험이 있으시니 위치는 정확히 하실 것이고, 

기껏해야 잇몸 절개하고 봉합하고 일주일 후 봉합사 제거하는 것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원장님을 배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선택이 이러한 고통을 안겨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물론, 3D 임플란트를 선택했더라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는다고,

바보 같이 자꾸 미련이 남았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이제 제발 큰 일에 대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말아요"라고 하더군요.

제가 예전부터 자주 그런 결정을 해서 저도 아내도 고생을 좀 했거든요.

그래서 "알았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다짐하는 의미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질병에 관한 한 의리고 뭐고 고려하지 말고 아주 잘하는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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