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힘
어느 종목에서든지 핵심 멤버가 빠지게 되면 팀도 맥이 빠진다.
학폭 사건으로 두 명의 핵심 멤버가 빠진 여자 배구팀은 참가팀 중 약체로 분류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구에서 세터는 너무 중요한 자리인 데다가,
김연경 혼자서 공격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서
집중 견제를 당하게 되면 공격의 성공 확률도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에게 완패를 당할 때만 해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고,
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케냐를 가뿐히 이기고,
브라질과 2:3의 접전을 벌인 도미니카 공화국을 격파하고,
일본의 콧대를 사정없이 눌러버리고 8강 진출을 확정 지었을 때에는
그 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8강 진출만으로도 너무 잘했다고 여겼다.
터키에게는 어차피 이기기 힘들 것이기에(도박사들도 10배를 걸었으니)
8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미리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녀들은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까?
그녀들은 주변 상황에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들은 틈만 나면 '한번 해보자'라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녀들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해 싸웠다.
그녀들은 '할 수 있다' 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라고 외쳤다.
그녀들은 '하면 된다'보다 되든 안되든 마지막이라 여기고 죽을힘을 다했다.
오랫동안 벤치를 지켜야만 했던 세터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 누구보다 나아졌고,
김연경에게 미안해했던 후배들은 최선을 다해 공격과 수비를 했다.
야구와 축구가 맥없이 자빠질 때
그녀들은 자신들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녀들이
오늘 준결승 전을 펼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녀들은
이미
승리자들이다.
우리는
그녀들을
본받아야만 한다.
인생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상관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