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내어주는 미덕
가을이 빨리 오나 싶었습니다.
열대야의 날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여름이 벌써 가나 싶었습니다.
그러더니
추석이 지났는데도 찌는 무더위가 연속되었지요.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더운 10월이었습니다.
낮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지요.
지난 주에 '여름이 지독히도 가고 싶지 않나 보구나. 갈 때가 지났는데'라는 제목을 써 놓고
글을 쓰려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쓰지 못하였는데,
오늘 글을 쓰려고 열어보니 '저장된 글'이 있다고 뜨더라고요.
'예'를 눌렀더니 저 제목이 팍...
이미 날씨가 시원해지다 못해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어차피 쓰고 싶은 글은 소제목의 '자리를 내어주는 미덕' 이었기에
제목과 들어가는 글만 새로 쓰면 되었네요.
그토록 버티던 여름도 결국은 갔습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겠지요.
자연의 섭리는 항상 옳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다툼과 전쟁이 일어나고, 관계가 끊어지고, 세상을 파괴 시킵니다.
별 볼일 없는 자리,
앉아 있으면 너무 불편한 자리는 말 하지 않아도
누구나 얼른 내어 줄 겁니다.
좋은 자리, 탐 나는 자리, 편안한 자리는
아무리 밀어 내도 내어주기 싫겠지요.
아무리 내어 주기 싫어도 정한 기한이 지나면 내어 주어야만 하는 자리들이 있습니다.
대통령(저는 이 자리가 좋은 지는 모르겠습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라. 물론 가고 싶다고 아무도 보내주지 않겠지만^^),
신의 직장들, 아주 어렵게 쟁취한 가장 잘 보이는 공연 자리 등등.
할아버지가 두 손자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1살, 3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켜야만 하는 부모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부모.
어떠한 경우에도 내어 주어야만 하는 부모의 자리를 내어 주지 못하고
자식이 짊어져야 하는 부모의 자리까지 책임져야만 했던 할아버지 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어떠한 자리건 간에
때가 되면 내어 주어야만 합니다.
내어 주고 싶어도 때가 다 될 때까지는 죽을 힘을 다해 지켜야 하고
내어 주기 싫어도 때가 되면 무조건 내어 주어야만 하고,
내어 줄 수 없더라도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내어 주어야만 합니다.
자리에 미련을 두면 안됩니다.
일단 내어 주고 나면
분명 새로운 자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이런 저런 자리를
조금씩 내어 주려 합니다.
물론 결코 내어줄 수 없고,
절대 내어 주어서도 안되고,
온 힘을 다해 평생 지켜야만 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옆 자리.
앞 자리.
뒷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