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자리 내어 주고 싶어도 내어 주기 어려운 자리
그래도 최대한 빨리 내려놓아야 한다
내어 주고 싶지만 내어 주기 쉽지 않은 자리도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자리가,
어릴 때 그토록 차지하고 싶었던 부모의 자리입니다.
부모가 되면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자리.
돈 달라고 사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가만히 앉아서 자녀에게 이것저것 시킬 수 있는 자리.
얼른 커야겠다고 다짐하며 동경하던 그 자리가
얼른 내어주고 싶은 자리인 줄은
부모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자리를 떠나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는데,
자녀와 맺어진 끈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끊기 어려운지라
세상의 모든 곳이 부모의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가 자식일 때는 몰랐습니다.
펑펑 쏟아져 나와서 마음대로 쓰는 것 같았던 돈이
수많은 사람들과의 경쟁과,
온갖 수모와 고통을 참아가며 얻어지는 것이었고,
나를 위해서는 한 푼도 편하게 쓸 수 없는 것이었음을
자식을 키우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사회 풍조는
결혼은 필수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은 의무였기에
육신 건강하고 젊을 때
최대한 빨리 낳아서 함께 놀아주며 빨리 키운 후에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깔끔하게 털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모든 사람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결혼을 강력히 추진했고,
남들은 다 못 해도 나는 꼭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식을 다 키우고서야 알았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은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독립을 시키고
자신이 병들어 죽을 때가 되면 자식 곁을 떠나면서
부모의 자리를 내어 놓는데,
이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인간은,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벗어나지도 털고 일어서지도 못한 체
그 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자녀들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늦게 나으려고 하니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자녀 양육하느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던 우리 세대의 부모들은
손자의 부모 노릇까지 해가며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오호통재라.
우리가 업신 여기는 짐승들도
자녀에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자녀가 먹고살 것들을 열심히 모아서 쌓아놓지 않습니다.
다 가르쳤다 싶으면 냉정하게 둥지에서 내보내 버립니다.
자녀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부모의 자리를 최대한 빨리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부모의 그늘에서,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녀에게서 떠나야만 합니다.
최선을 다해 사는 방법을 가르친 후에
부모의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부모 말을 잘 따른 자녀는
그나마 순탄한 길을 걷게 되겠지요.
쓰기는 했지만,
실천에 옮기기에 너무 어렵기도 하고,
설령 큰맘 먹고 실행을 하더라도
마음까지 내려놓기는 더욱더 어려운지라
꼭 내려놓아야 하는지 알면서도
붙들고 있는 이내 마음을
회초리 들고 혼을 내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최대한 빨리 내어 놓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제가 많이 아프거나 죽어갈 때
부모랍시고
자식에게 바라거나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자녀들이 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전혀 서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내어 놓은 자리이기에.
어찌 보면
부모 자식 간의 정을 끊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 문제없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