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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06

III. Day 2바르셀로나_01

바르셀로나 숙소에서 웰컴파티


우리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너무 늦은 시간? 아니었다. 아직도 밤이 한창이었다. 토요일 밤인 점도 있었겠지만, 젊은 파티 피플의 거리 같은 분위기였다. 파티오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앉아 타파스 같은 안주 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울보다 바르셀로나의 밤은 훨씬 길어 보였다. 


호텔에 먼저 와 있던 둘째 아이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으로 교환학생을 와 있는 둘째가 주말을 맞아 바르셀로나로 우리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오후에 먼저 도착하여 식료품점에서 타파스와 빠에야 그리고 화이트와인을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위기에 빠졌던(!) 바르셀로나의 첫날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둘째야 고마워~


카탈루냐 광장 산책 과 첫번째 아침 식사


시차 때문인지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잠이 덜 깬 둘째를 데리고 나가 주변을 산책했다. 어제 밤 헤맸던 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예상한 대로,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먼 길을 돌아왔던 것이었다. 구글맵이 멈추지만 않았어도! universitad정류장에서 호텔은 마지막 카탈루냐광장 정류장과 거리는 비슷했지만, 아마, 한 정거장을 더 가는 것이 돌아간다고 구글맵 내비는 계산했던 것 아닐까?



하여간, 카탈루냐 광장을 둘러보며 A1/A2 버스정류장을 확인했다. 광장엔 비둘기와 갈매기가 많았다. 수많은 비둘기와 갈매기 사이를 걸어 광장을 가로질러 나왔다. 어젯밤 파티의 여운이 가시시 않은 길 모퉁이에서 잠에서 깬 노숙자 같은 비둘기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평화로웠다. 그냥 팔자 좋게 이 좋은 날씨와 공짜 음식(사람들이 던져준 빵조각같은)을 즐기는 이들이 바르셀로나의 일요일 아침 상징 같이 다가왔다. 



구글맵을 통해 호텔 근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만한 곳을 검색했다. Farggi Café. 블로그도 찾아봤더니, 평이 나쁘지 않았다. 구글맵, 블로그, 여행 앱 기타 등등 이젠 아무리 외국이라도 맛집 찾기가 어렵지 않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평가가 의사결정을 즉각적으로 도와준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손님이 꽤 있었다. 커다란 메뉴판이 있는데…앗, 메뉴판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파파고와 구글번역기를 이용해서 대략 번역을 해봐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카운터 옆으로 진열된 샌드위치나 크라상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아내와 나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은 아메리카노 두 잔(난 오늘의 커피- brewed coffee-가 마시고 싶었는 데, 여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햄치즈베이글샌드위치와 초콜렛크라상을 주문했다. 호텔에서 준비를 마치고 나중에 합류한 둘째는 카페콘레체(카페라테)를 마셨다.


햄치즈베이글샌드위치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데워서 가져다준다. 맛있다! 구글맵이나 블로그의 평이나 점수도 나쁘지 않았지만, 간간이 보이는 ‘커피는 별로에요.’라는 멘트와 달리 커피도 괜찮았다. 빵이 맛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진 듯.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번째 아침식사는 성공!!



람블라 거리


아침 식사 후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 람블라 거리(La Rambla)로 걸어갔다. 오전에 가기로 한 바르셀로나대성당을 가는 도중에 있어 자연스레 들어섰다. 노점상, 레스토랑, 카페들이 줄지어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무도 많고, 바닥에 예쁜 모자이크도 보인다. 예쁘고 활기차다. 기분이 좋아지는 산책로다. 걷다보니 구엘저택도 보였다. 여기저기 사진을 자꾸 찍게 된다. 벌써 스페인이 좋아졌다.



메르세축제


고딕지구쪽의 바르셀로나 대사원을 찾아가고 있는 데, 축제의상을 입은 남녀가 원을 형성하고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 뭐지? 그러고 보니 곳곳에 세로형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Merce’라고 씌여 있다. 아내가 말한다.


“아, 메르세축제구나. 이것 때문에 호텔에 방이 없고, 숙박비도 확 높아졌다고 했어.” 


한국의 추석연휴기간이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가격이 높아지고, 하필이면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 메르세축제기간이라 호텔비도 비싸진 것이었다. 평소 가격의 두배 이상. 아이고. 기왕 이리된 거 축제 참여비용이라 생각하고 한껏 즐겨야지. (그럼에도 속은 좀 쓰리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쪽으로 거대한 인형(?)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건 또 뭐지? 검색해보니 메르세 축제(“La Merce” Festival)"는 성 메르세데스(Our Lady of Mercy)를 기리는 행사로,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주로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9월 24일에 열리는 중요한 축제란다. 그래, 오늘이 9월 24일, 거기다 일요일이다. 


거대 인형(두사람이 들어가 있는 듯)들과 축제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한쪽에선 인간탑을 쌓는다. 인간탑쌓기를 까스텔스(Castells)라고 한다는데, 메르세 축제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한다. 좀 위험해 보이는데…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니니 괜찮겠지. 사람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많은 인파에 음악도 들리고, 광장과 골목에는 상점과 노점상에서 공예품이나 기념품, 음식을 팔고 있고,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 충만이다.


우리도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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