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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 주인아닌 이에게 '주인의식' 심기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와 스톡옵션의 한계에 대한 단상

얼마 전 상장 바이오업체를 다니는 후배를 만났다.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이었던 이 회사로 옮겨 회계와 재무뿐 아니라 투자유치나 IPO까지도 깊이 관여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결국 상장에 성공을 했고, 소문으로는 스톡옵션을 받아 상당한 돈을 챙긴 것으로 들었다. 만나자 마자, 축하의 말부터 건냈는데.


“선배님, 그렇게 많이 벌지 못했습니다.”

‘뭔 소리지?’ 

그는 의아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상장 전에 공모가보다 낮게 좀 받았는데, 몇 주 못 받았구요. 상장 후 추가로 받았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고꾸라져서, 행사가격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게다가 당장은 행사도 할 수 없는 기간이구요.”


하기사, 최근 들어 바이오 쪽 주가흐름이 좋지 않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일까? 스톡옵션 받고 상장시켜서 인생 골든벨 치겠다고 낮은 급여를 감수하며 그 고생을 했는데, 많이 안타까웠다. 


“뭐 그래도 옵션은 남아 있잖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

“글쎄요. 행사가격이 25,000원인데, 지금 주가가 12,000원대에요.”

‘…’ 할 말이 없었다.


만남 이후, 그 후배는 다른 업체로 이직을 했다. 회계와 재무, 상장 준비에서 상장까지 다 경험해 본 재원인지라,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상장이 끝이 아니라 아직 갈 길이 먼 이전 회사 입장에선 대체 인원을 찾기 힘든 큰 손실이었을 것이다. 듣기로는 비단 그 후배 뿐 아니라 핵심인원들도 여럿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반토막난 주가 때문에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이 된 스톡옵션을 들고 희망고문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 전 중간감사를 나갔던 회사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초기에 스톡옵션을 받았던 임직원은 행사가격이 낮아서 이익을 봤지만, 상장 즈음 스톡옵션을 받았던 임직원의 경우는 현재 주가보다 행사가격이 높은 지라 사실상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인 상태였고, 이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도 꽤 있다는 전언이었다. 


게다가, 초기 스톡옵션을 받았던 사람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한 푼이라도이익을 챙기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있는 지라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몇 년 전 유사한 상황이 카카오페이에서도 발생했었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11월 3일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고, 단번에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었었다. 2021년 매출 4,500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만으로 이런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상장 후 한달여 뒤인 2021년 12월 10일에 스캔들이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주식을 대거 매각에 나섰던 것이다. 류영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8명들이, 시간외매매에서 20만원 수준에서 44만주나 지분을 정리했던 것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5,000원에 매수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를 함으로써 차익을 무려 878억원이나 남겼다고 한다. 


전체 주식수 대비로 보면 1%도 안되는 물량이긴 했으나, 공모가가 너무 높지 않냐는 논란의 와중에 주요 경영진들이 일제히 물량을 던져버린 것은 당시 주가가 고점임을 자인한 셈인지라 이후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물론, 스톡옵션이라는 게 임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가치를 높여 그 과실을 따 먹으라는 것이고, 이들은 그 의도에 맞게 행사를 해서 큰 돈을 벌었으니 무어라 할 말은 없을 수 있겠다. 어쩌면 너무 합리적인 선택이었으리라. 하지만, 소액주주인 개미들(잊지말자. 개미들도 주주이고, 그 회사의 주인이다.) 입장에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그래서, ‘스톡옵션 먹튀’란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 


사실 이런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 이야기는 새롭지가 않다. 어느 업종이든 회사든 겪을 수 있는,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대응책마련은 쉽지 않은 대표적인 경영이슈라고나 할까. 그래서, 고용인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게 할 수 없더라도, 주인과 유사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고안되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스톡옵션’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사례처럼 스톡옵션도 한계가 있다. 100년 이상 승승장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 주인(주주)의 염원(?)을 충족시키는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것이리라. 


하기사, 주인(창업주나 주주)가 아닌 고용인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중간감사를 나갔던 회사는 스톡옵션 말고 요즘에 각광받는다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Restricted Stock)제도를 검토 중이란다. 진짜 ‘주인의식’을 가진 임직원도 만들고, 장기기업가치도 제고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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