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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07

III. Day 2바르셀로나_02


바르셀로나 대성당


축제의 무리를 지나, 바르셀로나 대성당(Barcelona Cathedral)에 도달했다. 이 대사원은 공식적으로 'Santa Eulàlia 대성당'이라고도 불리며, 바르셀로나의 주요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14세기에 지어졌다는 데, 목조 구조물과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대사원 내부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 성당의 역사와 예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박물관 등이 있었다. 벌써 경건하고 성스러워지는 느낌.


스페인엔 정말 성당이 많은 것 같다. 그것도 크고 아름다우며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그런 성당들. 스페인 어디를 가야 하나를 지역별로 알아볼 때, 빠짐없이 꼭 가야할 곳으로 성당이 있었으니까. 우리는 기껏해야 명동성당 내지 사진찍으러 공세리성당을 가봤던 게 고작인데, 신실한 카톨릭 신자라면 더 좋아하고 즐길 것 같다. 



고딕양식을 대표한다는 성당 정문, 성전의 문이다. 일단, 참 크네 하는 느낌과 더불어 이런 게 고딕양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문부터 다양한 조각물과 벽돌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대성당 내부는 고딕 양식의 아치에 더하여 이런 예배당이 줄지어 있다. 


마침 일요일이라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높은 아치, 성당 창문,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저절로 숨죽이게 된다. 


바르셀로나 해변 그리고 점심식사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Museu Marítim de Barcelona)을 잠깐 들린 후, 콜럼버스 기념비(Columbus Monument)와 요트선착장을 지나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갔다. 

콜럼버스기념탑이 서쪽을 보며 우뚝 서 있다. 높이가 60m라는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후 돌아온 항구라 여기 세웠단다.

조금 더 가니, 바닷가에 수많은 요트가 정박되어 있다. 뜸금 없이 요트 값도 비싸겠지만, 한달 정박료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볕은 너무나 강하다. 정말 구름 한 점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 뜨거운 태양. 이미 9월 말인데, 이런 날씨는 언제까지 계속되나 싶다.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썬크림을 잘 바르고 나오길 잘했네. 모두 밝은 색의 티셔츠,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나 샌들차림인 듯. 긴바지와 운동화를 신은 나의 옷차림이 너무 튀는 느낌이었다. 뭐지?


그런데, 바다 냄새가 안난다. 지중해는 원래 비린내가 안나는 걸까? 하여튼 해변까지 이어지는 길은 깨끗하고 깔끔했다. 해변을 가는 길목에도 카페가 줄지어 있다. 상그리아나 맥주를 마시며, 어떤 이들은 식사도 하고있다. 모두가 아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든 관광객이든 그냥 쉬고 있다. 아 다들 팔자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르셀로나해변은 여전히 한여름이다. 많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한껏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한가롭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해변을 둘러보고 산책을 하다보니 약간 출출했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지. 다시 검색.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인기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아라. 그래서 조금 전 지나갔던 실외 테이블이 있던 세드나(Sedna)라는 레스토랑으로 결정.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으니 작은 안내판이 있고 거기에 큐알코드가 있다. 모바일폰으로 스캔하니, 메뉴로 연결된다. 여기서 주문할 메뉴를 고른 뒤, 웨이터를 불렀다. 명랑해 보이는 웨이터다. 주인 같진 않아 보이는 데, 해변의 사람들처럼 근심 걱정 없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각자 상그리아 한잔 씩. 그리고 해물 빠에야와 풀뽀를 시켰다.


먼저 큰 잔에 상그리아를 한 가득 담아 가져다 준다. 오, 진짜 맛있다!

옛날 미국으로 교환근무를 갔을 때, 스페인에서 온 친구가 주말 파티를 위해 상그리아를 만들길래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 거의 처음인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예전 그 맛이 떠올랐다.


상그리아는 만들기가 쉽다. 저렴한 레드와인과 오렌지주스, 설탕, 오렌지나 레몬, 사과 같은 과일 몇 개면 끝이다. 와인에 주스를 넣고, 설탕을 대략 붓는다. 레몬, 오렌지, 사과를 잘게 채썰어 넣고 잘 섞어서 냉장고에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끝. 예전의 스페인 친구는 오렌지 주스대신 환타를 콸콸 부어서 섞었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상그리아도 환타를 섞은 것 아닌가 싶었다. 와인을 희석한 것이고 달달해서 알코올도수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빨대로 쪽쪽 빨아먹다보면 은근 취한다.


이윽고 해물 빠에야와 풀뽀도 가져다 준다. 여행을 준비하며 스페인에서 먹어야 할 음식을 찾아봤었는데, 빠에야(Paella)가 스페인 대표음식 중 하나였다. 해산물, 새우, 닭고기, 살라미, 양파, 파프리카, 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해물과 닭고기를 사용한 전통적인 스페인 요리라는데, 만드는 방법은 대략 큰 프라이팬에 이런 저런 재료를 넣고 볶다가 쌀을 넣고 익히는 요리라고 한다. 이것저것 넣기 때문에, 양이 많아져서 1인분만 따로 팔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한다. 하여간, 맛있다.


그리고, 풀뽀. Pulpo가 스페인어로 문어란다. 문어와 감자를 삶아 슬라이스한 후 접시에 예쁘게 감자를 깔고, 그 위에 문어도 얹는다. 그리고 올리브 오일과 파슬리 같은 것을 살짝 뿌린 요리다.


어, 근데 좀 이상…감자와 문어를 함께 먹는데, 약간 비릿하네. 원래 이런가? 하여간 상그리아가 너무 맛있으니 용서~


간단하게 마시고 먹었지만, 60유로. 돈을 쓰러온 관광객 입장에서야 별 것 아닌데, 유학생인 둘째는 높은 생활비(환율까지 감안한)에 걱정할 만 했다.


바르셀로나 산타마리아 델 마르 교회와 CCCB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별다른 목적지 없이 근처를 걸었다. 우리에겐 다 볼거리였다고나 할까. 산타마리아 델 마르 교회 (Basilica of Santa Maria del Mar)도 들렸는데, 역시 성스럽다. 14세기 고딕양식이라는 데, 하여간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참으로 고왔다. 


차분한 마음으로 성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은혜를 받다가(?) 나와 다시 길을 걷다가 이번엔  CCCB (Centre de Cultura Contemporània de Barcelona)란 곳을 마주쳤다.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 계획은 안했지만, 들어가보자. 화장실도 갈 겸. 


사드(Sade)에 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샤데이(Sade)라는 가수가 아니라 사디즘(Sadism, 가학성애)의 원조 사드 후작(Marquis de Sade)와 관련한 전시회였다.. 그 중 한 부스에 대학생 시절 봤던 ‘살로 소돔의 120일’이란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그래, 진짜 이상한 영화였는데. 그러고 보니, 사디스틱함으로 가득 찼던 기억이 난다. 



지나는 길에 멋진 성당을 또 하나 만났다. 그렇다. 또 성당. 찾아보니, 산타마리아 델 파이 성당 (Basílica de Santa Maria del Pi)이란다. 커다란 장미를 형상화한 원형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유명하다는 데, 겉모습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곳을 발견하고, ‘여긴 뭐지?’하며 검색을 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딕지구쪽의 골목길마다가 볼거리였다. 천천히 걸어서 숙소에 잠깐 들려 쉬기까지 했다. 숙소가 관광지 한복판이라는 게 이런 잇점이 있네. 계획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그나저나 바르셀로나.. 매력있다. 가볼 곳으로 가득찬 도시 그 자체다.


저녁식사, 고딕지구 골목길



자, 이제 저녁 먹을 곳을 찾자. 


숙소 근처 여러 곳을 검색해 보다가 비니투스라는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 블로그에도 많이 그리고 좋게 소개된 - 레스토랑을 가기로 결정했다. 여긴 대략 8시가 저녁을 시작하는 시간이란다. – 이 본격 시작되어 붐비기 전에 가자는 전략이었다.


성공! 제시간에 맞춰오면 대기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데, 우린 도착하자 마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빠에야, 꿀대구, 맛조개, 깔라마리… 그런데, 블로그마다 시킨 음식이 거의 동일했다.특히 꿀대구는 무조건 먹어야 하는 메뉴처럼 소개되어 있네. 당연히 우리도 동일하게 시키고, 여기에 카바(스파클링와인)를 한 병 시켰다. 

재밌는 것은 얼마나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다 주며 한국말로 말했다.


“꿀대구, 맛조개, 오징어. 맛있게 드세요~” 하하하.


맛있다. 여기가 타파스 바인지라 각 메뉴별로 많이 주는 타입은 아니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둘째말로는 젊은이들은 주말 저녁에 타파스바 호핑 (Tapas bar hopping)을 하며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기도 한단다. 잘 먹었고, 탱큐~


그런데, 올라(Hola!), 그라치아스(gracias), 로 시엔토(lo siento).. 참 입에 안붙는다. 그냥 헬로, 탱큐, 익스큐스미, 아임 쏘리가 편하네. 그래도 며칠 있을 테니 이런 단어들은 좀 써봐야겠지. 다 먹고 나서, ‘계산서 주세요’ 정도는 해보자구. 

“La cuenta, por favor~”



해가 저물며 거리가 어두워진다. 고딕지구 골목은 밤에 훨씬 더 아름답다. 낮과는 다른 풍치가 있다. 지난 밤 길을 잃고 헤맬 때는 그렇게도 거리가 어둡더니, 여유가 있으니 ‘조도도 이 정도면 딱 적당한데?’ 하는 여유도 생긴다. 


이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밤에 도착했으니, 오늘이 실질적으로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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