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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시대에 대한 단상

최대한 상속하지 말자

아주 예전 ‘상속세 한번 내봤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자산(특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금은 수백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큰 부자가 아니더라도, ‘상속세’라는 세목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공식적인 상속세 상담도 그렇고, 지인들의 문의도 많이 늘었다. 부모님께서 사시는 시세 30억원 정도의 아파트 한 채가 있는데, 상속세는 얼마나 내느냐는 식의 문의 말이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경우는 거의 없고, 자문을 시작하면 가족마다 처한 상황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도, 상속세 계산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또, 미리 준비하면 상속세도 상당히 절세할 방안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남겨진 가족들 간의 유산배분이다. 안타깝게도 많건 적건 상속재산의 배분이 매끄럽게 마무리된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막장드라마에 나오듯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갑자기 배다른 형제가 나타나 재산분할을 요구하는이야기가 아니다. 법정상속지분만큼 정확히 나눠줘도 거의 대부분 다툼으로 이어진다.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속재산의 배분은 참 힘든 것 같다. 자식들이 나중에 상속될 자산을 보며 당장의 생활비 등의 현금지출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생활비, 병원비, 간병비 기타 등등의 비용이 늘어나면서부터 슬슬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상속재산의 배분시점이 오면, 그동안의 기여분에 대한 갈등은 자연스레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상속관련 신문기사나 유튜브 영상에선 절세 방안이라며 사전증여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도한 사전증여는 신중해야 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오래 산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예상보다 더 길게. 생활비, 병원비 그리고 간병비... 끊임이 없고,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사전증여로 대부분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미리 이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 뭐든 물려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내 돈은 내가 다 쓰겠다는 마음가짐을 제언하고 싶다.


한편, 상속세 상담을 요청받으면, 아무리 적은 재산이라도 남겨진 가족들 간에 반드시 다툼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로 상속을 바라보라며 시작한다. 시대가 그렇다. 상속이외의 자수성가나 재산형성의 기회는 줄어들고, 부의 불평등은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일정한 부를 획득할 제한적 기회 중 하나가 상속이나 증여니 어찌 관심이 낮을 수 있겠는가?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오래 (그리고 건강하지 않게) 살게 된 시대를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이 완연한 ‘상속의 시대’에 최대한의 ‘비상속’을 제언하고자 한다. 초고령화사회가 저주만으로 채워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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