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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03

II. 여행 준비 - 02

[여행단상] 인종차별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우회하는 것?


아내는 여행 오기 전 블로그나 각종 사이트,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많이 찾아봤는데, 식당소개 블로그나 댓글에 ‘여기서 인종차별 당했어요. 가지마세요.’ 라는 글을 은근 자주 봤다며, 그런 곳은 가지 말자고 했다. 뭐 굳이 그런 곳을 찾아갈 이유는 없겠지. 한번 인종차별을 한 곳이야 두번 안하겠나? 기분 좋은 시간만으로도 짧은 여행에 굳이 돈을 쓰며 불쾌한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우리가 무뎌서일까? 다행히 이번 스페인 여행 중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명시적으로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블로그나 댓글 등에 올라왔던 ‘인종차별’사례가 어떤 상황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오히려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인종차별로 보이는 상황,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 같은 상황을 목격했다. 


커피와 간단한 간식류를 파는 프렌차이즈 카페테리아였는데, 우리 앞에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도넛을 골라 쟁반에 올린 후 집게를 있던 자리에 놓고 카운터로 향했더니, 카운터의 종업원이 영어로 “tongs!, tongs!” 소리치듯이 말하는 게 아닌가! 짐짓 놀란 아가씨가 집게를 가져다주었고, 추가로 커피까지 주문을 이어갔다. 손님의 주문을 복창하는 종업원(아르바이트생)의 말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그냥 그 아르바이트생의 어줍잖은 영어실력 때문에 퉁명스럽게 느껴진 걸까? 하여간, 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명백히 ‘인종차별’적 상황이라고 느껴졌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도 왠지 좀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로베리필드 하나에 아메리카노 두잔이요!”라고 우리의 주문을 확인하는 그녀의 한국말 말투도 사실 거기서 거기였으니, 그 동남아 아가씨에게 반드시 인종차별을 했다고 우기기는 좀 그렇긴 하다. 


어느 기사에서 본 이야기인데,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여행객들의 SNS를 분석한 결과 방한 태국 여행객 중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 언급 비중은 42.7%로 조사되었고, 말레이시아 관광객의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 언급(38.8%)이 일본(11.9%)의 3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하는 사례도 있었다니, 우리나라도 인종차별 free한 나라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긴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우리는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너무 큰 이야기는 관두더라도, 내 경험으로는 스페인이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나은 것 같다. 어쨌거나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감정도 섞이는 것이고, 당한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니, 그런 가보다 해야겠지.


좀 다른 이야기인데, 호텔, 음식 서비스, 카지노, 관광 등 넓은 범위의 다양한 서비스 산업을 통틀어 hospitality industry (호스피탈리티 산업, 환대산업)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환대’란 단어는 손님이나 방문자 또는 낯선 사람들을 관대하고 호의적으로 받아주고 기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하겠다. ‘서비스 정신’이라는 것도 대략 한 묶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과정에서 느낀 점은 엄청나게 세상이, 특히 여행산업, 환대산업이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을 통한 직접 검색과 원클릭 예약, 비접촉식 체크인이나 결제, 챗봇 고객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실시간 가격책정 등 ‘환대’라는 단어가 가지던 인적요소가 매우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라.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모바일앱을 통해 결제를 하면서 기계가 퉁명스럽다며 ‘인종차별’을 주장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옆자리에 앉은 백인 내지 그 동네사람들의 주문이나 요청에는 즉시 대응하면서, 한국에서 온 우리는 불러도 잘 오지 않고, 반응도 늦다며 ‘인종차별’을 논할 수 있겠다. 하지만, 테이블에 비치된 메뉴의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식당의 웹사이트로 연결되고, 여기서 주문을 하면 알아서 웨이터(아직까지는 스페인에서 로봇이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은 없는 듯.)가 음식을 가져온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서 결제까지도 끝낼 수 있다면, ‘인종차별’을 할 웨이터와의 접촉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호텔도 앱을 통해 예약하고 무인으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상당부분이 그랬다. ‘인종차별’이야 없어지겠냐마는, 생각보다 그 ‘인종차별’을 by-pass하거나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번 여행때 참고하고 이용했던 앱들


그나저나, 블로그, 여러 여행 사이트나 앱 등등 정보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자유여행’을 지원하고 가능하게 하지만, 항공편, 숙소, 방문할 명소, 식당, 기타 교통편, 입장권 예약 등 정말 알아보고, 비교하고 선택하여 결정 후 예약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 노력도 조만간 간단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던 수많은 사이트, 블로그 등을 열거하긴 쉽지 않고, 여행 준비하는 동안 가열차게 이용했던 앱들 몇개를 모아봤다. (참고로, 우리는 이들과는 아무런 상업적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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