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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유형: "개인으로 시작해도 되지 않나요?"

Part I. 창업의 문을 열며 - 스타트업 세무산책 01

▣ 에피소드


“굳이 법인을 만들어야 하나요? 혼자 작게 시작하는 건데요.”

3년 전, 대기업을 퇴사하고 1인 교육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하던 한 창업자는 ‘일단 간단하게’라는 생각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였다. 초기 개발비와 마케팅비 5천만 원은 개인 대출로 충당했고,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개인 명의 통장으로 관리했다. 부가가치세 신고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처리하였다.


그러나 첫 엔젤 투자를 유치하려는 순간 문제는 터졌다.

"대표님 개인에게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의 대상이 될 법인의 실체가 없고, 개인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회사의 공식적인 재무 성과로 인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상태로는 재무실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김 대표는 부랴부랴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서비스 계약, 정부 지원사업 협약, 직원 근로계약 등을 모두 법인 명의로 재작성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낭비된 수개월의 시간과 신뢰 하락은 초기 자금 수천만 원보다 훨씬 뼈아픈 손실이었다.

그가 남긴 한 마디는 모든 창업자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처음 아낀 설립비용 수십만 원이 결국 수억 원의 투자 기회와 성장의 시간을 앗아갔습니다. 성장을 꿈꾼다면 법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 해설: 개인 vs 법인, 무엇이 유리한 선택일까?


창업자가 내려야 할 첫 번째 의사결정이자,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갈림길이 바로 사업자 유형 선택이다.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는 개인과 법인세법의 적용을 받는 법인은 아래와 같이 명확한 차이가 있다.

화면 캡처 2025-09-29 084521.png

(출처: 소득세법 제55조, 법인세법 제55조, 지방세법 제102조, 제103조의19, 2025.07.28.)


세율 비교: 언제 법인이 유리해지는가?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그래서 제 이익 규모에서는 뭐가 더 낫나요?"

정답은 '과세표준'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아래 세율표를 직접 비교해 보기 바란다.

화면 캡처 2025-09-29 084832.png

보다시피, 개인사업자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연간 순이익(과세표준)이 4~5천만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법인 설립이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기 시작한다.


실무 TIP: 우리 회사는요?

일단 개인으로 시작해도 괜찮은 경우:

- 초기 매출 규모가 작고, 외부 투자나 대규모 고용 계획이 없는 1인 사업자 (프리랜서, 소규모 도소매/음식점 등)

처음부터 법인으로 시작해야 하는 경우:

- 엔젤/VC 투자 유치를 목표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 정부의 R&D 지원 사업, 정책자금, 세액공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인 기업

- 다수의 동업자와 함께 창업하여 지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때

- 사업 아이템의 법적 리스크로부터 개인 자산을 보호하고 싶을 때


최종 의사결정 기준

외부 투자를 1%라도 생각한다면? → 고민 없이 법인. 기관투자, 엔젤투자, 정부 매칭펀드 모두 법인(주식회사)을 대상으로 한다.

공동 창업을 한다면? → 반드시 법인. 지분율, 역할, 의사결정 구조를 '정관'과 '주주명부'에 명확히 해야만 미래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정부 R&D, 고용지원 등 정책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면? → 법인이 유리. 대부분의 주요 지원사업은 법인을 선호하며, 신용평가 및 관리체계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연간 순이익 5천만원 이하의 1인 사업자로, 투자 계획이 없다면? →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볼 수 있다. 다만, 성장에 따라 법인 전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창업 전 최종 체크리스트


사업자등록,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과세유형 선택: 초기 투자로 인테리어나 장비 구입 등 매입이 많아 부가세 환급이 예상된다면 '일반과세자'가 유리하다.

업태 및 종목: 향후 2~3년 내 확장할 사업 분야(예: 교육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판매, 광고 대행)를 모두 기재하라. 업종 누락 시 관련 매입세액 공제가 부인되거나(부가가치세법상 사업 관련성 위반), 정부 지원 시 자격 미달이 될 수 있다.

사업 개시일: 사업 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개시일 전이라도 등록 가능하며, 임대차 계약 후 바로 등록하여 인테리어 비용 등의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것이 절세의 첫걸음이다. 미등록 시 공급가액의 1%에 해당하는 무등록 가산세가 부과된다(부가가치세법 제60조).


법인설립 시 핵심 체크포인트 4가지

주주 구성 및 지분율: '누가, 몇 주를, 얼마에 가질 것인가'는 법인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동업자 간 합의 내용을 반드시 초기 정관과 주주명부에 문서로 명확히 할 것.

자본금: 법정 최저 자본금은 폐지되었으나, 대외 신뢰도와 법인 계좌 개설 등을 고려해 최소 1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길 권장한다. 10만원, 1만원짜리 법인은 '페이퍼컴퍼니'로 오해받기 쉽다.

법인 주소지 (본점 소재지): 일부 정부 지원사업이나 정책자금은 공유오피스나 비상주 사무실을 주소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입주 계약 전 반드시 해당 지원기관에 확인해야 한다.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해택도 소재지에 따라 달라지니 반드시 확인하자.

자본금 납입 증빙: 자본금은 반드시 '주주 개인 계좌 → 법인 발기인 대표 계좌'로 송금하고, 'OOO 주주 자본금 납입'**과 같이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절차를 무시하면 대표이사가 회사에 돈을 빌려준 '가지급금'으로 오인되어 불필요한 세무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 마무리 요약

법인 설립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성장'을 목표하는 스타트업에게는 필수적인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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