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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Jul 04. 2022

워킹맘으로 살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선배들인 성공한 여성들의  조언은 여전히 빡빡했다.


셰릴 샌드버그는 린인에서 '출산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을 걱정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지 않거나 이직하는 것을 겁낼 필요가 없다'라고 드라이브 했고, '나는 유능한 나를 추천합니다'의 우미영 사장님은 '주말에 비즈니스가 필요하면 아들을 데리고 등산을 하며 운동도 하고 아들과 대화도 하고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며 1석 3조의 해결책을 보여주셨다.


좋은 조언이지만 그렇게 해야 워킹맘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압도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챌린징 한 것은 맞다. ‘82년생 김지영’은 맘과 워킹을 같이 하기가 얼마나 챌린지한지 그냥 그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베스트셀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워킹맘은 사실 생계형보다는 상당수는 본인의 선택이기도 하다. 맘이 되었다고 갑자기 직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사라지거나 성장 욕구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인데, 서로 지지하는 관계와 원하는 가족을 만드는 욕구도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양쪽이 다 이루어내야 할 과제라고 받아들인다면, 지치고 압도적일 수 있다.


그래서 워킹맘이 되어 삶이 얼마나 더 풍성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전하고 싶다. 눈도 못 뜨고 울던 아기가 걷고 뛰고 말하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는 걸 보면서, 노력하고 연습해야 더 잘할 수 있어요 하는 대화를 나누면서, 욕구가 좌절되면 떼쓰는 아이에게 절제할 수 있게 훈육하면서, 사실 그 모든 것은 내게 직업적으로도 생생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는, 가족들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 상황을 희화화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리거나, 혹은 같이 욕하거나 나의 갇힌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 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MBA때의 시기가 그리울 때 그 욕구를 채워주는 것도, 맘의 지위를 얻으면서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다. 내가 해왔던 일만으로는 한정적인 범위가, 가족의 지인들까지 확대되면 좁은 시야와 경험이 훅 넓어진다. 한국어 버전이 절판된 파친코를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딸 친구의 전문 통역사 엄마가 될 줄 몰랐고, 아들 친구의 엄마만이라는 지위로 랜덤하게 말 걸고 초등학교 과밀과 사교육의 딜레마를 논해도 될지 몰랐다.


워킹맘의 지위는 고되지만, 워킹과 가족 양쪽에서 성장과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를 매일매일 쌓고, 반성하고 노력하고, 그 경험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이럴 줄 모르고 선택했지만, 내게 도전과 보람을 주는 최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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