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a Nov 16. 2022

2022년 책 결산

상반기 파친코와 김초엽의 SF소설들 이후, 하반기 스타트업 관련 책들에 푹 빠져들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위안을 준 <슈독> 이후에, <제로투원> <언카피어블(The Innovation Stack)> <하드씽>이 다이나믹한 2022년을 함께 해 주었다. 각각 페이팔, 스퀘어, 앤드리슨호로위츠(VC)의 창업가가 쓴, 소설보다 더 유쾌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타트업 이야기들이다.


<슈독>에서 IPO 이후 1억 7800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된 필 나이트의 기분은 아쉬움이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그랬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랬고 그건 허세가 아니었다. 지난 삽질, 파산할 뻔한 위기, 매끄럽지 못한 대응 등 정말 성공하는 그 날까지도 창업자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운 건 그런 위기의 순간들이라니.


<제로투원>은 보다 유쾌한데, 페이팔 마피아의 과거와 현재의 사진에서 드러나듯, 남들이 뭐라하건 마피아로 꽁꽁 뭉친 팀이 일을 저지르고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통쾌함이 전해진다. 신나는 프로젝트를 한번이라도 경험하면 그 몰입했던 기억과 소중한 추억을 잊을 수가 없는데, 마피아는 긴 커리어의 여정에 큰 에너지를 주는 소중한 요소일 수 있겠다.


<언카피어블(The Innovation Stack)>에서는 당신의 완벽한 문제를 찾아 그걸 풀어내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임을 상기시키며, 역사 속 혁신가들을 찾아나선다. 그들이 어떻게 성 밖으로 나갔는지 묘사하면서, 자유와 공포가 동시에 느껴지는 성 밖으로의 탐험을 떠나라고 설득력있게 꼬시는 책. 스퀘어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아마존을 이겼는데, 우연히 이긴 줄 알았건만 각 요소의 혁신들이 뭉쳐 누구도 카피할 수 없는 독특한 전략이 되었다는 반전도 읽는 재미이다.


<하드씽>은 이 명저들 중에서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고난을 묘사하는 솔직함에 있어 최고의 책이다. 스타트업에서는 늘 두 가지 감정만 경험하게 되는데 그건 희열 아니면 공포라는 웃픈 대화에서부터, 8년간의 악전고투 속에서 느낀 절절한 깨달음이 담겨 있다. 모두의 앞에서 자신있고 긍정적인 CEO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리더들에게, 나쁜 뉴스를 되도록 빨리 전하고 실패를 인정할수록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팀원들이 힘을 합쳐 뛰어든다는 점은 위안을 줄 수 있겠다.


2022년, 살짝 마피아 같기도 했고 유쾌하기도 했고 불안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2020년과 2021년보다 일하는데 덜 외로웠던 해여서 그에 감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초엽의 책과 우연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