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을 할 때 종종 실수를 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포지션을 진입해야 하는데, 포지션을 진입했을 때 맞았느냐 틀렸느냐는, 길어야 하루 이틀 내로 결판이 났다. 그 이상의 기간을 넘어가는 트레이딩 포지션은 시간이 좀 지나면 맞을 수도 있었다고 우기고 싶은 실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포지션에 진입했다가 깨질 때는 온 세상에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실시간 가격으로 평가되는 펀드의 손실에 대해 변명하거나 다른 이유를 대기에 숫자는 너무나 정확했다. 이번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 기회에 등판하기 위한 의사결정 또한 빨리 내려야 했다. 그렇게 늘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인정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이 트레이더/펀드 매니저라는 직업이었다.
지금은 펀드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품 기획을 하고 있다. 현재 펀드에 들어가는 상품은 실시간으로 시가 평가되는 자산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거나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숫자를 분석하거나, 외부에 내보내는 데이터를 검증하고 책임을 진다.
실수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데, 이 일에서의 실수는 어떤 걸까? 이 아이디어가 맞는지 아닌지가 성공과 실수를 가를 것이다.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능력도 여전히 중요하게 실수에 기여한다. 데이터를 보고 이 데이터가 이상함이 없는지, 전반적인 로직이 깨지지는 않는지, 새로운 상품을 도입할 때 어떤 유용함과 이슈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의사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실수는 피할 수 없다. 발전하려면 해봐야 하는데, 해보는 과정이 지나야 그 의사결정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않고 간과한 일에서 이슈가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게 시도했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다음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는 트레이딩과 똑같다.
실수를 한다. 그리고 후회를 한다. 의기소침해진다.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이 없으면 우리는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하는 일이 충분히 도전적이지 않은 것이다. 실수 앞에 냉정하게 바로 서서 연습하고 마음을 단련하는 것, 트레이더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페셔널이 성장을 위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