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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Oct 02. 2022

ENFP의 커리어 분투기

대학시절 조직행동론 수업에서 MBTI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동안 희뿌옇던 적성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수학을 좋아하여 이과를 택했지만, 전자공학 개론 수업 한 번만으로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경영학과로 과를 바꾸어 다시 시작했음에도 2학년이 되자 CPA 등 고시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대체 나의 적성은 무엇일까 고민이 쌓이던 시점이었다.


조직행동론 수업에서 밝혀진 나의 MBTI인 ENFP는 호기심 천국이어서 엔터테이너나 저널리스트, 작가와 같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잘 맞고, 엔지니어나 과학자, 회계 업무처럼 정확성이나 세부 사항에는 타고난 소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를 통해 선택해야 할 직업군을 확정 짓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해야 할 직업군은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호기심 천국 ENFP는 여전히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고 느끼면서 또 새로운 세계를 갈망했다.


지난 16년간 일한 직업명으로 보면 컨설턴트, 재무 자문(심사), 펀드 매니저(자금운용), 상품 기획을 넘나들었다. 펀드 매니저가 10년에 걸쳐 일한 직군이다.


ENFP가 펀드 매니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다이내믹 덕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부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자고 일어나면 미국채 10년과 나스닥의 변동부터 확인하며 시작하는 삶은 ENFP에게 활력을 주었다. 또한 트레이딩의 업무는 매우 독립적이어서, 주니어 시절부터 간섭 없이 매매할 수 있었고, 새로운 투자상품을 발굴하거나 펀드 상품을 기획하는 일은, ENFP의 호기심과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세부 사항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 ENFP에 안 맞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투자 업무의 핵심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변화에 열린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ENFP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커리어이다.


문제는 ENFP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저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너의 커리어는 이제 맥스 10년이야 한 분야에서 성공을 해야지 이런 충고는 와닿지 않고, 나의 커리어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고, 그 해보고 싶은 것들에는 지금까지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들도 섞여 있다.


다행히 MZ세대의 인생 경로는 이전처럼 열심히 일하고 60세가 되면 은퇴하는 일상적인 라이프사이클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삶의 루트를 장려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여전히 이것저것 궁금한 ENFP들이여,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마음껏 해보자. 단 시작하면 쉽게 내던지지는 말고 진득하게 성과를 이룰 때까지. 그래야 ENFP의 약점을 극복하고 한 분야에선 점을 찍고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들을 이어서 나만의 독특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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