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 이해하기

by Mika

오늘은 제가 오래 몸담은 투자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주로 매크로에 기반한 채권과 파생상품을 운용했고, 개별 기업에 기반한 국내 및 미국 유럽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직접 펀더멘털을 분석하고 투자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몇몇 대형 하우스를 제외하고는 이 분야까지 투자상품군을 넓히지 못하기 때문에 유니크한 직군입니다.


오랫동안 그들만의 리그에서 기관투자가로 일해 왔지만, 코로나 이후 중금리의 시대가 오면서 이런 스페셜한 자산군도 리테일 및 개인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회사채, 미국 국채, KP물까지 거래하는 개인들이 생겼고, 미국에서 토큰증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자산군은 미국 국채입니다. 기술의 발전, 투자상품과 고객의 확대가 이 시장에서도 계속될 것이고 이를 겨냥한 서비스의 등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은 국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는 ETF와 미국 주식에 쏠려있지만요)


지금은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업의 세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업으로 총칭되지만, 상장증권을 시장에서 사고팔며 수익을 내는 업무와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여 투자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매우 다릅니다. 전자에서 성공하는 투자가 분석적 사고, 냉철한 이성, 게임에서 이기는 스피릿이 필요하다면, 후자에서 성공하는 투자는 사업과 경영, 같이 갈 팀, 그릿을 갖추는 것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같은 투자업임에도 요구되는 자질과 스킬셋이 매우 다르다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양쪽이 서로의 영역에 보다 눈을 뜨는 것은 필요해 보입니다. 2020년 3월에 상장증권을 운용하던 운용역들은 최악의 시절을 견뎌내며 2022년 금리상승이 시작될 때 리스크를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비상장을 투자하던 운용역들은 시장가격에 덜 민감하니 이 시기를 보다 평온하게 보냈을 것이고, 큰 매크로 변화가 있던 2022년에도 낙관적인 투자를 이어나가다 뒤늦게 힘든 시기를 맞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상장투자는 대표와 팀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이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다면 상장 기업의 성장성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 투자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은 세상의 변화, 경제 및 정치에 대한 이해, 사회의 트렌드에 민감하고, 빠르고 단호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이라는 점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이 투자업에 한번 빠져든 사람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고 평생을 함께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개의 스크린 창들을 통해 세상을 읽어 왔다면, 지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내는 위대한 일들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둘 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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