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많이 시려올 때는

by 서옹

마음이 많이 시려올 때는, 나는 가끔 하늘을 본다. 구름 너머 푸르디푸른 하늘에 시린 마음을 풀어 놓는다. 한결 옅어진 마음 안고 다시 그 너머, 끝 모를 공간을 본다.


빅뱅 이후 138억 년. 우리은하에만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조 개에 이른다는 우주. 우리은하 한 귀퉁이 별 하나로부터 오는 볕을 쬐며 존재하는 지구. 그 지구가 생긴 지 45억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그 어느 귀퉁이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나.


해서 나는, 헤아릴 길 없는 무(無)에서 유(有)로의 도약 그리고 유의 무한에서 끌어올려진, 기적이다. 기적으로 태어나 기적의 사이에서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기적의 존재다.


연에 연을 더하고 경우에 경우를 더해 억겁의 세월로 생겨난 그 기적은, 그래서 축복과 어울리는 건 당연지사. 감사를 잊어버릴 만큼 가끔은 힘들 때가 있어도 내 삶이 축복인 까닭이다.


이젠 하늘만 보지 말고 나무도 보고 꽃도 보련다. 사람꽃도 보고 세상꽃도 보고, 마음 채이는 내 곁의 모든 기적을 보련다. 모든 존재의 애씀을 보련다.


20251123_161029.jpg

ⓒ 정승주

작가의 이전글보리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