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세요.ㅎ
이전 글에서부터 얘기를 이어가자면, 이 아르바이트의 찐 문제점은 시스템에 있습니다.
일단 이 일에서 직급 구조는 데이터처-시청-(총조사관리자-총조사관리자보조-조사관리자)-조사원입니다.
사실 데이터처랑 시청은 그냥 총괄 느낌이고, 괄호 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상황실에서 일합니다. 근데 사실상 전부 다 조사원과 다름없는 그냥 단기 계약직입니다. 조사원들보다 2주 정도 일찍 뽑힌 사람들이죠.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지만, 사실 시행하는 사람들은 다 일반인들입니다. 다 알바인 거죠. 그러다 보니 되게 엉망진창입니다.
물론 총조사관리자부터 조사관리자들은 국가에서 하는 통계일을 연이어서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되게 경험은 많으시고요. 사무실을 가면 서로 '언니~언니~'하시면서 편하게 서로를 부를 정도로 이 일을 오래 해온 사이인 것 같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오히려 신뢰감이 팍 떨어집니다..! 일하는 곳에서 그렇게까지 친근한 사이들이라니. 그러다 보니 텃세도 심하다고 이번에 처음 일해본 관리자분에게 들었습니다.... 같은 돈 받고, 같은 계약을 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그분도 다음부터 이 일 절대 안 할 거라고 학을 떼시며 도망가셨고요.
뭐... 그건 제가 관리자로 일하지 않았으니 상관할 바가 아니긴 하죠. 하지만 조사원들을 대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습니다. 천천히 풀어보겠지만, 가장 큰 불만은 4번입니다.
1. 일단 첫 번째는 보험! 이 일을 하기 전에 2일 정도 교육을 받는데 거기서 중요한 챕터 중 하나가 안전에 대한 것입니다. 개물림이나 교통사고, 넘어짐, 폭력/폭언에 주의하라는 내용이죠. 실제로 5년 전에는 개물림 사고가 있어서, 뉴스도 나왔더라고요.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안전문제라고 하고요. 전국 단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문제가 안 생기는 것도 어렵죠. 근데 이렇게 위험이 있음을 알고, 국가에서 뽑는 알바임에도 보험이 안 돼서 지원 과정부터 개인 상해보험이 있어야 뽑힙니다..! 지원 홈페이지에 보험 자료 칸이 (필수)로 들어가 있어요. 일하면서 안전은 해야 하지만, 위험을 겪으면 그냥 개인책임인 거죠. 실제로 함께 일하던 50대 아주머니는 일하던 중, 무릎을 다쳐서 병원 갔는데 전부 자비처리했습니다. 왜? 상해관련된 안전 '교육'은 있지만, 처리 방법은 없으니까요.
2. 교육에서는 부재/불응이 3회부터 신청 및 승인될 수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절대 안 해줍니다.
집에 찾아가서 사람이 없거나, 거부 의사를 밝힌 가구에는 부재/불응을 기록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교육을 하면서는 평일 오전/오후, 주말에 각각 1회씩, 3번 방문하면 부재/불응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집에 3회까지 찾아가면 된다는 이야기로 들리죠. 하지만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 절대로 안 받아줍니다. 바로 반려하고, 언제 다시 나가보셔라/ 몇 회 더 나가보라 제시하죠. 그럴 거면 3회라는 특정한 횟수는 왜 정해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 어차피 안 해줄 것 같아서 초반에 신청자체를 안 했습니다만, 받아줄 의향도 없는 의미 없는 3회를 이야기할 바에 차라리 5-6회로 지침을 늘리고, 정확히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3. '폭력이나 폭언을 들으면 바로 조사를 그만두고 나와야 하며, 조사원들의 안전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통계청의 공지사항과는 달리 상황실에서는 불응가구도 재방문하라고 압박합니다. 3번 방문했는데 모두 화를 내며 불응했고, 이후 약 15분간의 전화로 불만을 들었기에, 그 가구는 재방문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도 한 번 더 가보자!"였습니다. 사실 부재는 몰라도, 불응이 3회부터인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불응'이라고 하면 친절하게 '전 이 조사 안 하겠습니다~'가 아닙니다. 멘털이 부서지도록 짜증 내고, 화내는 가구들이 대부분인데, 불응 가구도 3번은 가봐야지 신청을 할 수가 있습니다...솔직히 매뉴얼 상 3회 채웠기 때문에 다시 가지는 않았지만, 매뉴얼과는 다르게 진척률을 올리기 위해 조사원들을 압박하는 조사관리자 분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관리자분도 이후에는 '그냥 냅두라'고 하셨지만, 그 사이에 제가 갔다면 괜한 욕을 먹었겠죠.
4. 이게 가장 핵심 문제입니다! 바로 주소지 및 명부 오류로 인한 업무 반복이 생겼음에도, 보상은 없습니다. 이 일은 엄연히 도급 계약입니다. 일정한 양의 일을 받고, 그 일을 마무리하는 수치에 따라 돈을 받는 거죠. 근데 명부가 오류가 났다며 다시 다른 집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겼죠. 일해야 하는 양이 1 가구에서 2 가구가 된 것입니다. 당연히 추가지급은 없습니다. 저의 경우, 인구주택 총조사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인구주택총조사는 해당 문제가 공지사항에 떴습니다.) 농림어업총조사를 하면서 이 일이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브런치시 스토리동 25-12의 102호>를 조사해야 한다고 명부에 나와있어서 102호를 방문했고,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조사를 마무리하고 넘어갔죠. 원룸 60 가구 중 50 가구를 2-5회 이상 방문하여 겨우 만나서 대답을 받았습니다. 근데 2주가 지나서 마지막 주차 때, 관리자분이 함께 조사를 나가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102호가 아니라, 401호를 가봐야 한다. 집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50 가구 중 30 가구는 이런 식으로 재방문해야 한다고요. "명부상에서는 그냥 이 빌라에서 정확한 주소가 아닌 아무 호수나 찍어둔 거고, 그 빌라 사람들을 전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잘못 만든 명부에 대한 책임을 일개 아르바이트생인 제가 져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곧장 '이미 마무리한 일을 이런 식으로 다시 시키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주장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어쩔 수 없다. 무조건 조사해야 한다'였습니다. 관리자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셔서 대부분을 처리하시긴 했지만, 남은 가구들은 그 이후로도 매일같이 일을 다시 나가라고 강요하는 전화를 받았고요.(이 글 쓰는 도중에도 전화를 받았답니다..ㅎㅎ) 현실적으로 가장 위층의 사람들만 조사하라고 했지만, 이미 한 일을 다시 시킨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102호가 조사가 맞았으면 넘어가고, 아니면 401호를 다시 가야하는........황당한 업무의 연장인거죠.
특히 16일 즈음에, 공지사항에 '명부의 노후화로 착오나 전출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올라왔었지만, 하루 만에 내려가고 그다음 날에 관리자분들은 다시 조사를 나가라고 재촉하는 일이 생기니 더더욱 불만입니다.. 그에 저는 이미 끝냈다고 생각한 일을, 정확히는 계약상 정말로 끝낸 일을 다시 해야만 했습니다. 오늘도 또 하러 가야하고요.
4.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계약서 작성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일하신 분들 중에 대다수가 이 일이 도급계약이란 걸 모르고 계약서를 쓰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본인이 한 일에서 급여가 20프로 삭감된다는 것도요. 심지어 계약서 작성 시간을 따로 주는 게 아니라, 교육 초반에 잠깐 넣어두는데 읽을 시간을 주지 않고 그냥 "서명하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곧바로 교육으로 넘어가버립니다. 조사원을 뽑는 채용공고 표에 도급계약이라는 말을 써둔 게 전부이며,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뭐... 공고를 제대로 읽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핵심 계약 사항인 만큼 언급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계약서를 읽을 시간이라도 충분히 줘야 하고요. 또한 이 모든 조건에 더해 계약서 마지막에 계약서 해석은 도급인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조항을 넣어뒀더라고요!? 짝짝!! 대단하세요!!!
5. 똑같은 돈 받고 일하는데, 일하는 양과 난이도는 운빨입니다. 아파트냐, 원룸단지냐, 주택가냐에 따라서 난이도가 달라지고, 180가구, 200가구, 230가구, 아니면 300가구냐로도 달라지죠. 보통 조사 난이도에 따라서 가구수를 적게 준다고는 하는데.....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원룸단지랑 아파트 단지 7:3정도로, 230가구 받았습니다. 평균은 아파트 중심으로 200가구 정도더라고요. 근데 원룸이 더 어렵고 응답도 안해주는데...ㅎ
그리고 몇몇 분들은 180가구 배정받아서 한 2주하고 다 끝났다고 쉬는데, 누구는 213가구를 하고도 20퍼가 남은 상태에요....하아...그리고 그걸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평균으로만 비교해 버리면... 진짜.. 관리자분들 연락받을 때마다 사기가 오르는 게 아니라 진짜 너무 하기 싫어져요.. 게다가 조사 기간이 절반정도 남았음에도, 빠르게 끝낸 사람들과 무조건적으로 비교하면서 성과 강요를 무한 반복합니다.
관리자분들도 결국 누군가의 어머니고, 일하시는 중인 거고, 중간에 끼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는 합니다만.... 여러모로 이해하려고 마음먹어도, 전화만 오면 가슴부터 답답해집니다. 무슨 말을 해도 '어쩔 수 없다'만 반복하시고... 일 자체가 아니라 관리자분들이랑 연락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문의하든 대답이 '어쩔 수 없다'가 끝이에요. 왜 저는 원룸이 많이 배정됐나요? 어쩔 수 없어요. 그럼에도 왜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30가구가 많나요? 어쩔 수 없어요. 위에서 잘못한 일인데 왜 제가 다시 일해야 하나요? 어쩔 수 없어요. 무슨 난이도랑 가구수랑 맞춰서, 어려운 곳은 적게/ 쉬운 곳은 많이, 배정해 준다고는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또 찾아보니 300 가구 넘게 받은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경우는 돈을 더 줬다고 하긴 하는데, 어찌됐든 리스펙..
아무튼 이 일 하면서 진짜.."어쩔 수 없어요"라는 말에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일에 대한 효율적인 방안이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도움이나 관리가 아니라 그냥 무조건 가봐라. 무조건 해봐라. 어떻게든 만나라! 그냥 막무가내로... 무작정 해라, 어쩔 수 없다.. 가 끝이에요. 어떤 분은 밤 10시까지 그 원룸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만나서 조사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답니다. 정말 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로 토했다는 분도 있고, 병원 간 분도 있고, 저도 이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 글 5년 후에 꼭 이 아르바이트 후기를 찾는 누군가가 읽고 도움받았으면 합니다...
물론 장점도 존재합니다. 그것은 또 다음 편에서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