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주택총조사/농림어업총조사 조사원 아르바이트 후기 1

절대 추천 안하는 아르바이트!!!! 돈만 보고 하면 추천...

by 미리미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 총조사와 농림어업총조사의 조사원으로 2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진행했는데, 그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사실 정확히는 아직 농림어업총조사를 하는 중이긴 한데, 이제 2집 남아서 끝나가거든요.


일단 한 줄평은 '최악이다.' 입니다.

솔직히 직장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성인이 된 후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는 해왔거든요. 시험 준비하면서도 종종 단기아르바이트는 계속 다녔고요. 그러다보니 음식점, 마트, 백화점, 팝업행사, 영화제, 축제, 전단지, 무대 스태프, 호프집, 강의 보조, 안내데스크, 옷가게 등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섭렵했어요. 그리고 이 알바들을 끝내고 나서도, 사장님들이 다음에 아르바이트하게 되면 꼭 다시 오라고, 시급을 올려줄테니 그만두지 말라고 연락을 주실 정도로 꽤 성실히 잘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알바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총조사 아르바이트!라고 한마디로 정리되어있지만, 실상은 '조사+민원응대+전단지+콜센터+요양보호사'를 합쳐둔 기분이랄까요....


1. 일단 조사 부분은 말 그대로 이 아르바이트의 핵심이죠. 근데 막상 일을 하다보면 조사는 뒷전입니다. 사람들 설득하고 짜증듣는게 제일 많아요...사실상 악성민원 대응알바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도 인구주택총조사 치면 불만적힌 글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나서 설득까지 해야하는 거죠. 별의 별 말을 다 듣습니다. 근데 조사받는 입장을 생각하면 너무 이해됩니다. 제가 물어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 너무 많았거든요. 직장 이름과 직급을 자세히는 왜 물으며, 자녀는 몇명 나을 계획인지 등등...통계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질문받는 입장에서는 짜증이 안날 수가 없겠더라고요. 메뉴얼대로 설명해서,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가 않습니다. 멘탈 바사삭입니다. 조사알바가 아니라, 민원 응대로 생각해야합니다.


2. 심지어 이렇게 만나서 질문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사실 만날 수 없는 집이 더 많은데, 그러면 방문안내문을 붙이고 와야합니다. 그리고 만날 때까지 계속 가야해요. 10번 가서 안내문 붙이고 오는 전단지 아르바이트하는거 같아요...또한 아파트나 시골주택을 배정받으면, 입구에서 들어가는 거라도 방법이 있지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배정받으면 공동현관부터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러면 또 우체부마냥 전단지를 우체통에 다 넣고 옵니다. 연락..?거의 안옵니다..그냥 계속 가는거에요...


3. 콜센터 아르바이트도 겸하는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과 상관없이 전화오면 받아야합니다. 아침 8시든, 밤 9시든 전화오면 받아서 질문을 물어봐야해요. 일하는 시간이 정해지질 않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서도 대답 안해주는데, 전화로 한다고 그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실까요? 전혀! 다시 방문하는거 싫다고 전화로 끝내달래서 질문하다가, 너는 어디사냐고, 전화번호 뭐냐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당신이 전화로 하자매...


4. 위와 같은 분들처럼 대답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외로운 어르신들의 경우 얘기를 하고싶어 하십니다. 그러면 노인분들 대화 상대하는 요양보호사로 변합니다. 10분이면 끝나는 조사지만, 어른들을 만나면 30분은 가볍게, 그 이상의 시간동안 그 분들의 인생을 들어야 합니다. 근데 이건 꽤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어서 나쁜 기억은 아니에요. 지금 세대에서는 듣기 어려운 전쟁, 가난, 죽음 등에 대한 깊은 인생사도 알 수 있고, 참 고생하고 사셨구나. 덕분에 한국이 지금 성장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또 반겨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컸고요. 문제는 너무 길게 하시다가, 갑자기 정치 얘기들어가면 곤란해진다는거...


위와 같은 것들도 지금은 거의 익숙해지거나, 까먹어서, 이 아르바이트의 단점들 중 극히 일부입니다. 태블릿 gps때문에 관리자들이 내가 어디있는지를 계속 보고 있다는 말도 있고, 태블릿 번호를 주긴 하지만 음질이 나빠서 결국 개인번호로 일해야 하고... 근데 사실 일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가 않아요. 어차피 어떤 일을 하든 고객 응대해야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니까...그냥 악성민원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도 늘고, 너무 친절하고 따듯한 분들 만나면 그 날은 기분도 좋고...! 솔직히 어떤 일을 하든, 일 자체가 즐거울 수는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건 그냥 일에 대한 평범한 불만이랄까요?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의 진짜 단점이자 문제점은 시스템에 있습니다. 이건 다음 글에서 이어서 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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