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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솔 Aug 24. 2023

내 사랑 커피

1달 반 만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극락을 경험하고 있다. 커피를 1달 반 만에 마신 까닭은 커피 부작용 때문이다. 커피를 많이 마신 이후... 급격하게 생리통이 증가한 듯해서 커피를 끊었더니 놀랍게도 생리통이 줄었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만 끊은 게 아니라 운동을 시작한 게 주요 요인일 것이라 추정된다. 운동을 하고 잠을 규칙적으로 잔 것이 좋은 일이겠지. 커피를 마시기 전, 뜨거운 커피로 마실지 차가운 커피로 마실지 고심이 됐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정확히는, 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마실 거면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건강을 고려해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뜨거운 커피도

차가운 커피도


각각의 단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뜨거운 커피 같은 경우는 발암 물질을 유발할 수 있으며 차가운 커피 같은 경우는 혈관 수축 및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라는,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뭐다... 미지근한 커피가 몸에 좋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온은 평균적으로 36.5 도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체온과 유사한 온도의 음식을 먹을 때, 그것에 대한 부작용을 가장 줄일 수 있다.


나는 차가운 커피를 시킨 뒤


컵을 하나 더 구비하여 커피잔에 든 얼음을 하나하나 다른 컵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빨대로만 얼음을 옮기는 것이 어려워, 얼음을 입에 물고, 그것을 뱉는 방식으로 옮기기를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얼음의 양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다 다른 컵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차가운 커피를 기어코 마시게 되었고, 하지만 차가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차가운 커피를 입 속에 머금고 음미하다가 목 뒤로 넘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실 거면 안 마시는 게 나았잖아! 아니, 애초에 뜨거운 커피를 마신 뒤 식히면 됐잖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마시고 싶었어요. 아... 아를.... 같은 말을 중얼거려 본다. 오.... 내 사랑 커피!


여기까지 쓰고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령, 음,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최근 갓 데뷔한 시... 시인이다.) 이런 내용도 시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 생각에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순간을 찍고 싶은지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사진과 시는... 그렇기에 매우 유사하다. 처음 사진이라는 매체가 등장했을 때, 시인들이 사진에 적대적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디서 읽었더라?


사진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사물의 외관을 찍는 것이다. 사진사가 사물의 외관을 어떤 각도,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를 찍힌 사진 자체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진의 핵심이다. 각도와 기법에 따라 같은 사물을 찍어도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시는 조금 다르면서 유사하다. 시는 사물의 외관뿐 아니라 내관까지 직접적으로 진술하거나 묘사하거나 서술할 수 있다. 진술과 묘사와 서술의 차이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물의 어떤 측면을 더 부각할 것인지에 따라 어떤 기법을 택할지 고심할 수 있다. 음, 그래서 내가 지금 택하고 싶은 기법은, 묘사와 서술이다.


1) 내가 시킨 커피는 에티오피아 핸드 드립 커피다.

2) 나는 이 커피를 1달 반 만에 마셨다.

3) 커피를 금지하던 내가 커피를 마신 까닭은 동네에서 핸드 드립을 가장 잘 내리는 카페가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낮 2시경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만일 이때 이 카페가 평소처럼 문을 열지 않고 3-4시에 문을 열었더라면,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나는 커피를 마실 거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3) 커피를 마시기 전, 나는 아귀찜을 먹었다.

4) 오, 나는 3번을 실수로 두 번 썼다. 그래서 두 번째 3)을 4)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러는 것보다 3)을 두 번 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 고치지 않고 3)을 두 번 쓰는 것으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커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커피는 1)부터 4)까지 나열할 때, 중간에 3) 이 두 번 반복된다는 뜻이다.

5) 중간에 두 번 반복되는 3)에 관하여. 그것이 커피의 특징이라는 나의 입장에 관하여. 그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다시 서술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에 관하여.

6) 내가 시킨 커피의 색은 붉은색에 가깝다. 붉고 주황색에 가깝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투명하다. 커피의 원액은 거의 다 떠있는 듯하다. 이것 또한 커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7) 조금만 마셨을 뿐인데도... 커피를 마실 때마다 배에 신호가 온다.

8) 오, 안 돼. 배에 신호가 와서는 안 돼. 오, 오, 오! (이런 나의 혼잣말 또한 커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9) 커피를 마시고 음악실에 갔다. 왜냐면 음악실이 내가 써야 하는 글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음악실 같은 곳에 가본 적이 없다. 그것은 미디어에서 본 장소 중 하나다. 학창 시절, 나는 주로 교실에서 음악 했다. 나는 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러나 중학생 때 들었던 음악 수업 중 어느 수행 평가에서, 나는 피아노를 쳤다. 그때 내가 쳤던 곡은 <기쿠지로의 여름 ost>로, 작곡가는 히사이시조다.

10) 나는 커피와, 기쿠지로의 여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연결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11) 너무 많은 것들이 연결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많은 것들인 채로 내버려 두었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눈을 감는다. 중얼거린다. 음음, 음음음... 배가 아픈 것도 같았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운동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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