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벌써 귀가 시리구나
이마에 희망이라도 한 줄 얹을 수 있을까
잡초들은 잘려나갈 것이다
바닥에 떨어질 일도 많을 터
돌아오는 길, 그러나
떨어진 눈은 숲을 시퍼렇게 노려보고
얼음은 넘어질까 제가 더 걱정이다
내일은 대보름, 달도 밝은데
세계는 곳곳에서 전쟁을 환 칠하는데
내 안에서 천지사방 날아다니는 모래 알갱이들
들끓는 길바닥에서 분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나는
애써 다듬어온 나의 평온을 꺼내 짓이기고
상처투성이 얼굴을 달기로 한다
오늘은 모로 굴러다녀도 좋겠구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며
낄낄대며 술 냄새를 풍기며
즐거웠어요 또 봐요
헤롱거리며 흩어지는데
스스로 떨어진 가시덤불, 세상없어도
나는 오늘 나를 찌르며 간다
가끔씩 스스로 진흙구덩이에 몸을 굴려 온몸에 진흙으로 칠을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하나둘씩 뭔가 풀리지 않는 일들이 쌓여 몸속에서부터 찌꺼기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견딜 수가 없어질 때가 있다. 어딘가를 세게 찔러 터뜨려버리고 싶은데 왜인지 그게 되지를 않아 생명이 말라가는 때가 있다.
머리가 터지도록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학은 단절과 출발의 안간힘이다. 오, 스스로를 내려치는 이 긍정의 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