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고백하기 좋았네
드물긴 해도 특별히 신비로운 분위기의 사람들이 있다.
얼굴엔 빛이 흐르고 우아하게 속삭이듯 하는 말에는 향기가 풍긴다. 마치 먼 어느 나라의 궁궐, 정원에 피는 장미 같다.
창희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동아리 선배였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으로 기타를 치면 남자들이 에워싸고 들었다.
어쩌다 달빛이 흐르는 금호강 언덕에 단둘이 앉은 밤이 있었다. 자꾸만 달아오르는 나의 얼굴은 밤그늘이 가려주었다. 그때 창희가 말했다.
“소년 같아요!”
혼미한 달빛 속으로 파열된 내 가슴이 녹아내렸다. 몰래 창희네 집 담장 아래에서 몇 시간이고 서성이던 밤들은 고백하지 않았다.
일기장에 무서운 돌풍이 일어난 것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골목에서 다정히 손을 잡고 가는 창희와 어떤 남자를 본 날 밤이었다. 모래 알갱이들이 흩날리고 생은 곤죽이 되어 버렸다. 점점 동아리에서 창희를 볼 수 없는 날들이 잦아지더니 창희가 4학년이 되던 해 봄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후 우리는 창희를 볼 수 없었다. 창희가 없는 동아리는 식어버린 죽그릇처럼 다가갈 맛이 없어졌다. 나는 동아리를 영영 떠났고 창희에 관한 소식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그 시절을 생각하면 보석처럼 너무도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