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글은 언제 쓰지?

글쓰듯 일하기 vs 일하듯 글쓰기

by 메이쩡


향긋한 커피 한잔, 한적한 장소, 여유로운 공기

이를 배경 삼아 문득 드는 생각을 한두 줄 글로 옮긴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 나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 좋다. 가족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봉인된 비밀들이 이 작은 공간에 옮겨질 때 새롭게 직면하는 설렘과 드디어 토해냈다는 안도감이 그저 좋다.


어느 순간부터 흘러가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지나간 마음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로 육아로 하루의 시간은 너무 짧은 내게 늘 한편에 이런 생각이 따라다녔다.


' 도대체 글은 언제 쓰지?'


글을 쓰는 게 업도 아니고 안 썼다고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 하나 없는데 나는 그저 스스로에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계속해서 주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그러고 보니 나 일하면서 계속 글을 쓰고 있었네?'


그저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이메일을 쓸 때도 업무늘 할때도 나는 늘 창작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까?'

'어떻게 하면 이 글이 혹은 이 영상이 조금 더 돋보일 수 있을까?'


그저 그 글의 소재가 내 이야기가 아니었을 뿐 나는 끊임없이 일을 통해 글을 써내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이 너무 힘들어 여유를 찾고 싶었고 그 여유는 곧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은 곧 여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일은 곧 버겁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문득 '일과 글을 분리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쓰고 싶었던 글의 실체가 꼭 정해진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일과는 별개라고 단정 지었던 것일까.

생각을 조금 바꾸고 나니 일이라는 녀석이 조금 달리 보였다.


물론 일로서 쓰는 글의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같은 일을 하나의 태도로 대하지 않기에 품을 수 있는 자유는 역시 있을 것이고 그 자유에서 오는 결과의 차이도 분명 다를 것이다.


그 자유를 조금은 더 똑똑하게 조금은 더 여유롭게 대하는 것도 결국은 관점과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어느 때부터 나에게 양작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좋아하는 말을 업무 공간에서 듣는 게 이제는 익숙하면서도 좋다. 막연히 나의 여유를 분리하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며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사색하며 글 쓰는 삶을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의 소재는 늘 현실에서 찾아야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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