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서울 살았겠죠.

청약부터 이사까지

by 메이쩡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

자고 일어나면 창문 밖으로 초록초록한 나무가 먼저 보이고,

저녁에 근처 공원을 거닐면 낯설지 않은 풀과 흙냄새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이제 나도 나이가 먹었구나.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세월의 흔적이 어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3년 전 당첨된 청약. 그리고 김포.

축하한다는 말도 잠시 나보다도 먼저 서울에서의 출퇴근을 걱정하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이 어느새인가부터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지극히 사실이고 현실이다. 당연히 그들은 나를 위해 걱정해 주는 말이겠지만 왠지 나 스스로의 선택이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괜히 피하고 싶었다.


일을 하며, 가정을 꾸리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연료가 떨어진 기계인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시동을 걸고 있는 것처럼. 다행히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타는 냄새가 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는 것 같았다.

문득 한적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3년 전이기에 그 순간의 감정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지친 삶에 새로운 둥지가 되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당첨이 되었을 때는 누가 뭐래도 너무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해도, 주변에서 계속적으로 하는 조언과 걱정이 더해지면서 기쁜 고민은 실제 걱정으로 발전했다. 마치 이사를 가면 내 커리어가 끝나는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점점 가능성이 아닌 침울함과 걱정스러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는 것. 집 때문에 고생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에겐 나의 이 푸념도 볼멘소리 같을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위로 한편으로는 걱정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드디어 이사를 했다.

5년 넘게 다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유치원에 정착해야 해서 나름 걱정이 되었던 아이는 전보다 더 밝아졌고, 전보다 더 사람을 좋아했다. 어린이집을 가자면 엄마랑 더 있고 싶다며 울곤 했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일어나 양말도 신고 문을 연다.


물론 우리 부부에겐 서울로의 출퇴근이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이 소중한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몸을 누이고, 제일 먼저 초록의 나무와 산을 마주하면서 지친 마음에 다시 연료를 불어넣고 있다.


사람은 모든지 마음먹기 달렸다.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 나에겐 이사를 함으로써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 누군가 나에게 왜 이렇게 멀리까지 가셨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말하곤 한다.

" 돈이 없어서요~ 돈 많으면 서울 살았겠죠. "라고.

이 시대에 돈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이쯤에서 마무리하면 말하는 그들도 듣는 나도 서로 덜 어색해지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좋다.

그래서 더 용기 내서 내 선택을 지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대체 글은 언제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