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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강박증

나에겐 당연한, 남에겐 이상한

by 메이쩡


매일 그러해서 특별할 것 없는 행동, 나만의 루틴이 있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문의 문고리가 제대로 잠겼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가스레인지 밸브가 잘 잠겼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수도꼭지에 물이 새지는 않는지 몇 번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안정된다.

나도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오래된 습관이다.


하루는 수도꼭지를 물이 나오지 않게 몇 번을 누르다 수도꼭지가 부러진 적도 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그때 처음 생각했다.


" 나 이 정도면 좀 심각하지 않나? "


하지만 의식은 그때뿐. 꼭 해야만 한다고 누가 내 머릿속에 새겨놓기라도 한 듯 여전히 나는 또 수도꼭지를 꼭 잠근다는 명분으로 몇 번이고 누르고 있다.


대학을 가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자취라는 것을 혼자 하면서 나름 용감해졌고 독립적으로 성장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한편에는 나도 모르는 걱정과 불안이 다른 형태로 분출되고 있었나 보다.

처음엔 나를 지키기 위한 행동들이 점차 습관으로 굳어져 가더니 이젠 거의 강박에 가까운 정도의 행동이 되어 주변 사람을 다소 당황케 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른 형태의 평범한 일상이 채워졌지만, 또 다른 모습의 걱정과 불안은 나를 여전히 그 루틴 안에 가둬둔다. 처음에는 그냥 내 마음이 편하면 됐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너 왜 그러니? 하고 묻게 되었다.


원래의 방향대로 돌아와야 비로소 안정이 되는 삶.

인생의 굴곡이 계속된다면 나의 루틴 역시 계속되겠지?


작은 행동 하나로 의식하며 들여다보게 된 내 마음이 왠지 안쓰러워 새삼스러울 것 없었던 행동을 새삼스럽게 글로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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