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쩡 Sep 22. 2023

나는 무엇인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개인적으로 유시민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언뜻 어려워 보이는 말들도 그의 손끝에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재정리되는 것만 같았다.


그가 과학을 정리한 책을 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뼛속까지 문과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가 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너무도 와닿았기 때문이다.


타고난 문과생임을 만족하며 일하고 글 쓰고 살아가고 있던 내게도 과학에 대한 목마름은 늘 있었다. 깊이 들어가기엔 거부감이 있으나 왠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이 늘 존재했던 터였다.


그래서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문과 중의 지성인인 작가가 이야기하는 과학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뇌과학부터 화학, 생물학, 수학까지 수많은 탄생 배경과 그 원리들이 작가의 시선으로 쉽게 정리되어 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처음에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울림이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가 인문학적 질문이라면

나는 무엇인가? 는 과학적 질문이다.


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존재의 이유가 단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언어가 아니라 명확한 사실에 입각해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어려운 수학 공식이나 이론 등을 서두에 놓지 않고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과제를 먼저 놓으며 뇌과학으로 호기심 있게 시작하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책을 한번 다 읽고 나서 다음날 다시 읽었다.

역시나 문과인 내게 과학 공부를 단번에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처음보다 쉬웠다.


이게 바로 책 읽는 묘미 아닐까?


지적 갈증에 대한 목마름이 때론 자존심이라는 삐딱한 녀석을 만나면 쉽고 얇은 책만 읽게 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스스로 그 한계를 깨고자 노력하지만 가끔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이를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도전으로 말미암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며 인생의 막바지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하는 그의 말에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사실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