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책 읽는 것에 관심이 있었고 늘 글쓰기에 흥미를 느꼈다.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부러웠다.
다들 어쩜 이렇게 글들을 잘 쓸까...?
내가 처음 책을 읽게 된 건 그저 똑똑해지고 싶어서였다.
처음 입사한 회사는 중년의 똑똑한 컨설턴트 선생님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 하나같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존대하는 그들에게 갓 신입으로 들어온 나는 그저 해맑아 보이는 풋내기처럼 보였으리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대화가 어렵긴 했지만 노력만 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과 동등한 대화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이해하지 못해서 무시당하기는 싫었다. 그렇게 나는 책이란 녀석에게 처음 진중하게 말을 걸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머릿속에 욱여넣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을수록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지식들, 쌓인 연차만큼 나름 인정받으며 지내온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자존감이 지렛대가 되어주었기에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사고뭉치 남편을 겪으면서도 꺼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의 경험들이 쌓이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머릿속에 실타래처럼 얽혀대면서 나에겐 점점 남몰래 소리칠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쓰면서도 아픔보다 부끄러움이 더 크게 느껴진 나머지 쓰고 지우기를 수십 번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냥 써보기로 했다.
사실 쓰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꺼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 글이란 소위 재능이 있거나 성공을 했거나 돋보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은 차치하고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가 쓰는 글을 과연 누가 읽을까?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을 부담 없는 서평만 써왔다. 내 글이 아닌 남의 글을 내가 읽고 판단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부끄럽거나 무섭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심심한 위로도 공감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브런치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만 세상 억울한 일을 겪는다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삶을 경험한 후에야 나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혹은 나보다 더한 역경을 이겨낸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고 부끄럽고 작게 느껴진 나의 글들이 이 공간에서 시작되면서 조금씩 용기가 났고 또 욕심도 났다.
문득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를 외쳤던 그 전래동화가 떠오른다. 나에겐 그 대나무 숲이 이 공간이 아닐까.
꼭 남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아니더라도
미워하는 이들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도록,
사랑하는 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평범하게 숨 쉴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
왠지 오랫동안 기거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