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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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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메이쩡 May 30. 2023

셀프줄눈 헬프줄눈

허리와 맞바꾼 백만 원


예전 전셋집에 살면서도 부단히 집을 꾸몄다.

사부작사부작 하루에 하나씩 만지고 바꾸고 그렇게 물건들은 최적의 자리를 찾아갔고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하물며 내 생애 첫 집을 마련하고는 어떻겠는가.


쓸고 닦고 고치고 꾸미며 이젠 하다 하다 욕실 두 곳의 줄눈까지 셀프 시공하기에 이르렀다. 벽시멘트 긁개를 사서 타일 바닥을 박박 긁었다. 새하얀 가루가 나에게 반항이라도 하는 듯 내 얼굴을 향해 나풀나풀 날려왔다. 한동안 안 쓰던 마스크를 오랜만에 쓰고서 혼신을 다해 긁어냈다. 그런 다음 줄눈재료를 섞어 한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붕어빵 틀에 붕어모양내듯 한 줄 반듯이 일정한 힘으로 빈 공간을 메워 내려갔다.

2시간 남짓 걸렸을까. 가까스로 허리를 폈다.

후유 하는 긴 한숨 소리와 함께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이런 건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야.'

'돈 몇 푼 아끼려다 병원비가 더 들 수도 있겠다...'


그래도 다 해놓고 나니 뿌듯하고 집에 더욱 애착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음번에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돈이 들더라도 꼭 전문가를 불러야지 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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