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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메이쩡 Nov 08. 2023

남편의 차는 잠들 수 없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서 잠이 들어본 적이 있다?

만약 잠들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다양할 것 같다.


누군가는 운전자에 대한 예의 때문에 자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다른 이유가 없지 을까.


나는 남편의 운전하는 차에서 한 번도 잠 적이 없다.

식후 찾아오는 약간의 나른함은 이상하게도 승차와 동시에 사라졌다.


왜?

이유는 여전히 그의 운전이 불안해서.


누군가에겐 특별한 이유 없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도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 나에겐 남편의 운전이 그랬다. 남편이 운전을 하면 내 모든 신경은 도로 위로 쏠리고 마치 내가 운전대를 잡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겁이 많다고 해야 할지, 운전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남편 본인이 아니라 확실히 단정할 수 없지만 운전을 제대로 시작한 지 5년 여가 다 되어가는데도 운전 실력은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그는 친구들 중 가장 먼저 면허를 땄지만 오랜 시간을 장롱 속에만 고이 모셔두었다. 대중교통으로 늘 출퇴근을 했기에 운전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서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첫차로 중고차를 선택했다. 안 그래도 이제 운전의 필요성을 느낀 우리에게 때맞춰 차를 살 기회 생겼다. 운전에 서툰 그가 운전을 시작하기에 시기도 가격도 딱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겁 많은 부부는 앞으로 아이와 맞이할 행복한 순간을 위해 한 발짝 용기를 내었다.


우리는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터라 차는 늘 지하주차장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가끔 주말에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 그 존재를 잊고 산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차를 타면 낯설고 운전하는 남편도 낯설다.


운전은 계속하면 실력이 는다고들 하는데 남편이 오랜만에 운전할 때마다 그 운전 실력이라는 마일리지가 계속 리셋되는 느낌이랄까. '그래 믿어보자, 그래야 늘지' 하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늘 실패한 채 나 역시 전방을 살핀다.


운전의 필수 조건은 늘 운전면허라고 생각했는데

운전을 '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대담함이 아닐까. 


김포로 이사 온 후 나 역시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이 불안을 안고 과연 운전대나 잡을 수 있을까 싶다.

나중에 운전할 때 참고해야지 하고 열린 마음으로 즐겨보는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경각심과 함께 운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함께 따라온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운전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린 5년째 초보운전을 스티커를 떼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조금 더 노력해서 차에 붙은 초보 딱지도 내 마음의 불안 딱지도 함께 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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