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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Dec 29. 2023

성실과 실성의 생활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줄 게 있다며 나를 찾았다.

그녀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는데 바로 이 책이었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본인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너는 아이도 있으니 더 공감될 거라면서.


사실 책 제목부터 와닿았다. 성실과 실성이라니.

아직 첫 장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왠지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워킹맘의 고충을 어쩜 이리도 잘 뽑아냈을까.


워킹대디보단 워킹맘이 더 일반적이고 친숙한 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소재가 작가의 위트와 만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태어나서 엄마가 처음인 내가 느꼈던 당혹스러움부터 일과 육아의 아찔한 경계에서 무엇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좌절하는 순간들까지. 지금 현재도 느끼고 있는 감정이라 그런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마치 내가 쓴 일기처럼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몰입이 되었고 앉은자리에서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에 돌입했지만 팬데믹의 종식으로 여기저기 출퇴근을 하는 이들이 많아고 있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껴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열심히 일했다. 감사하게도 연말에 상도 받고 승진도 하게 되었지만 지금 당장의 축포보다 내년에 재택근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요즈음 출산율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위험하다는 기사가 많다. 저자의 말대로 나라의 출산율은 안타깝지만 자식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며 일하기가 힘들다 보니 이런 기사는 그저 보고도 못 본 척하게 된다.


올해 출산율이 0.72라느니 그래서 청년이 건사할 노인이 4명이라느니 그저 데이터로 내는 통계 말고 그래서 애를 낳으면 어떤 세상인지도 데이터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일단 낳으면 책임지는 건 나지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


애를 하나 낳으면 몇백만 원을 준다느니 하는 이야기에 애를 낳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분명 경험자들이 만든 정책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성실과 실성의 삶 속에서 오늘도 여러 전쟁터를 뛰어다니며 모드전환을 하는 이 땅의 모든 워킹맘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눈물 흘리지도 말고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과 육아의 경계에서 아찔하게 외줄타기 하지 않고 처음부터 구름다리 난간을 붙잡고 안전하게 건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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