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사회생활

해줄 수 없어 더 어려운

by 메이쩡


" 엄마, A 친구가 나 이렇게 밀고 때렸어! "


사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제 어엿한 초등학생이고 자신의 의사 표현은 무척이나 잘 하지만 엄마 아빠와 지내면서 가끔씩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그 아이가 내 아이의 친한 친구라는 점이고,

그 부모와도 최근 가깝게 지내던 터라 종종 가족끼리 식사나 티타임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번 만나면 기본 3~4시간은 너끈히 이야기꽃을 피울 만큼 서로가 잘 통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우리 두 가족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서울이란 곳에서 살다가 이곳 낯선 김포로 이사 왔다는 점과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점. 그 외에 아이의 친구 엄마와는 아들 같은 남편과 함께 산다는 점 등 이래 저래 공감할 만한 포인트도 많았다. 물론 그 집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들이 하나 있지만 동생과 꽤 나이차가 있던 사춘기 형인지라 부모의 손길이 크게 필요하지 않기도 했다.


사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누군가를 새로 사귄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내 아이 친구의 엄마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셨단다. 아이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서 그 부모와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헌팅의 경험조차 없는 내게 이웃 학부모의 연락처 요청은 왠지 모르게 설렜다.


주말이면 온몸을 다해 아들 하나를 케어하기 바쁜 부모에게 뭔가 숨통이 트인 것만 같았고, 양육을 하는 누군가와 지금만 느낄 수 있는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있었다. 그렇게 그 엄마는 내게 첫 문자를 주셨고, 지금도 언니 동생 하며 자주 소통하게 되었다.


우리 집 거실엔 매트가 안전 매트가 없기도 하고, 더 넓은 평수인 A친구 집에서 가끔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언니와 형부 모두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셨기에 일단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날은 12시에 점심 먹으러 모였다가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온 적도 있었으니까.

처음엔 그렇게 서로를 알기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는데 점차 모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부터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기가 점차 커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게임만 봤다.

우리 아이 역시 그저 친구 A가 하는 게임을 곁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몇 번 같이 놀자고 제안하다 거절당하고는 자연스럽게 친구의 놀이 방식을 따르게 된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그렇게 몇 번을 가도 똑같이 게임만 응시한 채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집에서 온몸으로 놀아주려 노력하는 우리의 육아 방식에 익숙한 나머지 가서 말도 시켜 보고 놀이도 제안하면서 다른 놀이들도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이야기할 때면 둘은 어김없이 게임만 조용히 응시한 채 말이 없었다.


그런 우리 아이에게 두 번째 B 친구가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같은 동에 사는 친구였다.

그 집 역시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우리 아들과 동갑인 아이 이렇게 형제를 키우고 있었지만 엄마와 아빠 모두 우리 부부와 나이가 거의 비슷했고, 역시 말이 잘 통하고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노는 방식에 있어 이 아이는 우리 아이와 노는 방식이 너무나 비슷했다.

두 친구는 게임기보다몸으로 도구로 역할 놀이를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함께 있으면 늘 시끄러웠고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태권도, 같은 학교에 진학한 또래 아이를 둔 이 셋집은 우연한 계기로 한번 소통하면서 두 어번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친구가 두 명에서 세명으로 늘어가니 아이에게도 뭔가 친구를 만들어 준 것 같은 느낌에 내심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세 가족이 모이면 우리 아이는 어김없이 B 친구와 놀고 A 친구는 혼자서 게임만 했다.


어느 날은 부모끼리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A 친구가 마구 울기 시작했다. 이유는 친구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치우지 않았다는 거다. 마침 피곤하기도 하고 집을 나설 시점을 보고 있던 터라 이때다 싶어 옷을 주섬주섬 꺼내 들고 다음 기회에 보자며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우리의 마지막은 대부분이 A 친구의 눈물의 배웅이었다. ^^;


하지만 내 아이와 A 친구는 때론 애증의 관계인 것 같기도 하다. 밖에서 놀면 까르르 꺌꺌 잘 웃고 잘 노는 친구들인데 집에만 가면 서로 하는 놀이가 다르고 심지어는 장난이더라도 A 친구의 다소 과격한 애정 표현(?)에 아이가 화들짝 놀라곤 한다. 어느 날은 가족끼리 함께 커피숖을 간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A 친구가 우리 아이의 얼굴을 세게 밀쳤다. 사실 그전까지는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날 그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적잖이 놀란 터라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다.


그때부터 가족끼리 모이는 게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부모들만 모이는 게 아니고 아이들까지 함께 모였기에 그날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가족끼리 집에서 모인다거나 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입학식 이후 반 편성이 되었을 때도 처음에는 친구 둘 중에 한 친구만이라도 같은 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아이도 속으로는 B 친구와 한 반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두 친구 중 A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다.

학교 - 학원 - 돌봄까지 모든 루트가 같은 친구인 이 A 친구와 이제는 더 더 잘 지냈으면 하고 내심 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돌아오더니 이야기한다.


" 엄마, A 친구가 나 또 밀었어. 이유 없이 그냥 때렸어. "

그리곤 때린 친구에게 때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니 그 친구가 갑자기 되려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

모든 것은 일방적일 수는 없고 내 아이 말만 일방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아,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단 말인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서로 가볍게 부딪치며 노는 거니 가볍게 넘겨야 하는 것인가!

가볍게라도 이웃인 부모에게 웃으면서라도 이야기해서 재발 방지를 해야 하는 것인가!

다음 날이면 또 잘 노는 아이들이니 더 심각해지지만 않게 아이가 잘 대처하도록 계속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우리 아이만 잘 기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예상치도 못한 상황들이 일어나니 머릿속이 하얗다.

우리 아이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부부끼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도 부모도 모두 맞아야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루가 지나는 게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