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너
대학을 졸업한 것도 까마득한데 하물며 초등학교 시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가 기차역과 가까이 위치해 있었기에 친정에 내려오는 날이면 늘 먼발치서 바라만 본채 지나쳤다.
초등학교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생을 잊지 못할 은사님이 계신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산책 삼아 쉬이 들러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한 번을 가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내 8년의 발자취가 있었던 곳.
하지만 지난 세월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늘 오늘의 현실을 쫓기에 바빴다.
한 번은 가봐야지 마음먹기를 수차례.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십칠 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발을 디뎠다.
근처에 새로 생긴 식당을 찾아 밥을 먹다가 엄마가 이야기한다.
" 여기 식당 뒤가 바로 네가 졸업한 초등학교잖아."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 저기 뒤에 건물 보이지? 저기가 엄마가 유치원, 초등학교 모두 나온 곳이야. 한번 가볼래?"
" 응 엄마 나 가볼래 가볼래 가보고 싶어! "
아이는 연신 즐거워하며 빨리 가자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런 아이의 반응을 보니 나 역시 갑자기 설레었다. 이제 막 초등학생 한 달 차라 아직은 낯설기도 하겠지만 자신도 이제 초등학생이기에 엄마의 학교가 궁금했나 보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모퉁이를 돌자 학교 운동장으로 이어진 좁은 길이 나왔다.
길목마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학교는 변해있었다. 학교만 변한 게 아니라 학교 주변도 모두 변해버렸다.
어떤 익숙한 단서라도 하나 발견할 요량으로 이미 뽀얗게 쌓여버린 세월의 먼지 속을 헤짚었다.
위치만 동일할 뿐 어느 하나 예전 것이 남아 있지 않은 낯선 곳이지만 유일하게 낯설지 않은 운동장이 보였다. 수없이 걷고 뛰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화했던 곳. 예전에는 그렇게도 넓어 보이더니 지금은 집 앞 공터처럼 작고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만 변했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했다.
아이는 돌을 축구공 삼아 연신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메마른 흙이 먼지처럼 흩날리고 야속하게 부는 바람은 아이의 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낯선 공간에서 느낀 익숙한 감정, 나의 과거 위에 덧칠해진 아이의 현재가 오묘하게 버무려졌다.
이곳까지 오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한동안 다시 담지 못할 풍경 같아 문득 간직하고 싶었다.
유난히 깨끗한 맑은 하늘과 알록달록한 학교를 도화지 삼아 아이의 그림자까지 일렁이니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듯 기분이 몽글몽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