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첫 고민
21년도 11월 11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벌써 햇수로 4년째 접어들지만 누군가의 글에 울고 웃고 공감하며 나만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글 쓰는 기능 말고는 탐구해보지 않은 나로선 외부의 제안을 받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작가님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웠다. 한편으론 나는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하는 현실자각이 되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더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바쁜 일상에 그저 깊은숨 한번 고르듯 가끔 글로서 감정을 토해내면 그걸로 되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에게도 첫 제안이 왔다.
신기한 마음에 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첫 제안은 나와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약 15분의 짧은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교육 쪽에서 일을 하며 영상 콘텐츠를 수년간 기획했지만 늘 누군가를 카메라에 담는 쪽이었지 주인공은 아니었다. 나와 내 아이가 주인공으로 카메라에 담긴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얼떨떨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우리 아이의 소중한 일상은 맞지만
과연 카메라에 담을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인간극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유튜브 특성상 한눈에 끌만한 헤드라인 그리고 임팩트 있는 내용이 필요할 것 같은데...'
과거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며 썸네일 제목부터 공을 들여본 경험이 있기에 더 잘 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창작의 노고를. 그렇게 그날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담당 피디님도 아주 친절하셔서 내 고민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전까지 평범한 일상을 그저 물 흐르듯 살아내 왔을 뿐인데
갑자기 흙 속에 진주를 찾기 시작한 느낌이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이걸 누군가의 눈에까지도 특별하게 보인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이사 온 게 자녀교육과 관계가 있는지?
우리만의 특별한 교육방식이 있다면?
아이는 학원을 몇 개 다니는지?
자녀 교육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피디님이 주신 평범한 질문들에 물론 답을 할 수는 있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평범한 대답이었다.
이 평범함도 특별하게 잘 담아 주시겠지?
하는 마음에 진지하게 촬영을 고민해 봤지만 고심 끝에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담아 메일을 써 내려갔다.
피디님 안녕하세요,
먼저 제안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담아 주신다는 마음도 너무 감사합니다.
며칠을 고민했는데요
소소하지만 평범한 하루가 아직은 특별하지 않은 과정이다 보니 이 부분이 노출되는 게 조심스럽긴 합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이 해당 촬영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촬영 진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촬영을 고민하면서 욕심이 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자신 없는 내용을 전문가의 손으로 알아서 잘해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셨는지 내 거절 의사에도 이해와 공감을 먼저 해주셨다. 그리고는 '소소하지만 평범한 하루가 아직은 특별하지 않은 과정'이라는 내 말에서 채널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다.
요 며칠 잠시 내 일상을 돋보기로 들여다본 것만 같다.
언젠가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 특별하게 보이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꼭 한번 용기 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