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여기 앉으세요, 책 읽으시잖아요.

by 메이쩡


7년여 전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때는 수차례 자리를 양보받고는 했다.


펑퍼짐한 옷을 입은 젊고 힙한 친구들 옆에서 나 역시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나에겐 그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분홍빛 훈장이 있었다.


비좁은 2호선 지하철 사람들의 틈 속에 끼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동안 속으로 누군가 이 분홍색 표식을 알아봐 주었으면 했다.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 표식을 어느 누군가도 특별하게 여겨주었으면 고 바랬다.


출퇴근 시간 비좁은 지하철.

차가 사람을 태운 것인지 사람이 차를 태운 것인지

온갖 짜증과 한숨이 난무하던 시끄럽지만 고요한 공간.

막달전까지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탓에 가끔 예의 없는 젊은이라며 눈으로 핀잔을 주는 이도 있었다.


내가 직접 경험했기에 그래서 더 잘 알기에 지하철을 타면 가끔 임산부 석을 지그시 바라본다.

저 멀리 자리잡지 못하고 난처해하는 움직임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없던 용기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자리까지 끈다. 부끄러움 많은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조차도 신기할 정도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제는 내게 자리를 양보받을 기회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저녁

나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여느 때처럼 책 한 권을 꺼내 읽다. 곧이어 내 왼쪽 자리가 비더니 바로 앞에 서있던 조금은 어려 보이는 외모의 여자가 자리에 앉으려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앉으려는 그 순간 갑자기 나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는 내게 손짓을 했다.


사람을 착각했나?

나 배 나왔나?


나도 모르게 과거가 떠올라 잠시 고개를 숙여 배를 본다.

그리고는 이내 아니다, 괜찮다고 말하려 순간 그녀가 서툰 영어로 띄엄띄엄 이야기했다.


유 싯 히얼.

유 리드 어 북.


처음엔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중국인 은 일본인 같았다.

그녀의 순간적인 배려와 미소에 어안이 벙벙해져 나도 모르게 땡큐를 외친 채 색하게 걸터앉았다.


가만 내가 외국에 가서 자리를 양보해 본 적이 있었나?


내가 외국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잠시 헷갈렸다.

처음엔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배려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당연한 것도 지켜지기 힘든 세상에서

예상치 못한 따뜻한 배려에 실로 오랜만에 감동했다.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미소처럼

그녀 역시 한국에서 좋은 기억만 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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