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불안을 인정하면

친구가 될까, 적이 될까?

by 메이쩡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불안이란 녀석과 마주했다.


언제부터 내 곁을 맴돌았을까 계속해서 생각했다.

혼자 독립하기로 결심한 대학생 때부터?

늘 사고만 치던 남편과의 결혼 이후부터?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결정적으로 불안이라는 녀석의 존재는 느껴진다.

매 다른 상황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불쑥 찾아오기에

나는 그 어떤 대비조차 할 수 없다.


모습은 다르지만 느껴지는 비슷한 온도.

그렇게 알아차림을 당한 녀석은

내가 의식적으로 쫓아내지 않으면

끝을 알 수 없는 꼬리 물기를 시작한다.

이를 알아차린 나는 어서 끊어내고자 발버둥 치지만

왠지 쉽게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하루의 점심

늘 생각이 깊고 배려심도 깊은 한 동료와 마주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 앞에서 나의 오랜 친구인

불안이라는 녀석을 소개했다.

나도 모르게 입밖에 내어진 존재.

무언가 그녀의 여린 눈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비밀을 풀어놓고 싶었나 보다.


그녀가 듣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잘 이야기했다는 듯 별것 아니라는 듯

아주 편안하게 웃으며 말한다.


불안도 당신이라고.

불안도 불안을 느끼는 것도 당신이라고.

불안을 떨치려고 하지 말고

불안을 인정하고 친구가 되어보라고.


오랫동안 묵은 체증이 쓸려나가듯

오랫동안 지끈거리던 두통이 해소되듯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들었다.


품으면 꼬리 물듯 이어질까 더 깊어질까 두려워

그저 느껴질 때마다 쫓아내기 바빴던 존재인데

이 모습도 나라면 그것이 나에게서 도망치는 거라면

이것이야말로 비겁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잘 지내기 위한 노력을 해봐야지

지내다 보면 그 불안이라는 녀석도

언젠가 오랜 친구처럼 없으면 허전한 때가

그런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우연히 나도 모르게 꺼낸 속마음인데

예고 없이 찾아온 위로에 치유되는 느낌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불안과 어쩌면 닮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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