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글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던가.
내겐 말이 그랬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지 않으면
말하는 대로 생각했다.
일단 뱉으면서 생각했다.
물론 아무 말이나 막 뱉지는 않았지만
말하며 생각하고 또 말하며 정리하다 보니
말의 가짓 수가 점점 늘어났다.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으니
일단 뱉고 생각하며 붙이고 또 붙여나갔다.
그렇게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늘 누군가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랐다.
다른 이의 눈과 입을 쫓기보다
다시 돌아올 내 차례의 언어를 미리 곱씹기 바빴다
나의 말에 반응해 주는 타인의 시선이 좋았고
맞장구치며 웃고 있는 그 입들이 좋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하고 싶은 말들을 늘어놓다가 모두 지우기도 하고
중복된 말 같아 또 다른 표현을 찾아보기도 하고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다시 바꾸어본다.
말이었다면 이미 뱉어내졌을 텐데
일단 뱉고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렸을 텐데
글은 누군가의 감정에 닿기도 전에
내 속에서 여러 번 소화되고 정제된다.
조심스럽게 꺼내어진 생각이지만
혹여 누군가에 잘못 닿을까 두려워
다시 한번 읽고 또 곱씹어본다.
그렇게 글이 주는 절제를 배우며
인생의 절제를 함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