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크게 입맛도 없고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그냥 기분이 좋다.
내 일터는 을지로 3가 소위 힙지로에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특색 있는 장소들
간판도 없이 언뜻 보기엔 낡고 허름해 보여도
스무고개 하듯 많은 이들이 애써 찾는다.
크고 넓지는 않지만 비좁게 붙어있는 식탁
제대로 양생 되지 않은 듯 부자연스러운 천장
작게 이야기해도 들릴 듯한 좁은 공간
그 위에 어둠을 배경으로 덧칠한 무지개처럼
알록달록 제 개성을 뽐내는 식기들
새롭고 세련된 감각을 추구하는 이들이 만든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잿빛의 공간들은
오히려 개성 있는 얼굴이라며 사랑받는다
오래된 것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정과
자연스레 파괴된 질서가 올린 새로움이 만나
그 맛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반복되는 점심시간이지만
가끔은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찾기로 한다.
벌써 몇 번이나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공간들을 보며 왜인지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