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을지로 3가

by 메이쩡


점심시간

크게 입맛도 없고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분이 좋다.


내 일터는 을지로 3가 소위 힙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특색 있는 장소들

간판도 없이 언뜻 보기엔 낡고 허름해 보여도

스무고개 하듯 많은 이들이 애써 찾는다.


크고 넓지는 않지만 비좁게 붙어있는

제대로 양생 되지 않은 듯 부자연스러운

작게 이야기해도 들릴 은 공간

그 위에 어둠을 배경으로 덧칠한 무지개처럼

알록달록 제 개성을 뽐내는 기들


새롭고 세련된 감각을 추구하는 이들이 만든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잿빛의 공간들은

오히려 개성 있는 얼굴라며 사랑받는다


오래된 것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정과

자연스레 파괴된 질서가 올린 새로움이 만나

그 맛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반복되는 점심시간이지만

가끔은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찾기로 한다.


벌써 몇 번이나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공간들을 보며 왜인지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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