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누군가를 죽도록 의심했다.
나도 모르게 생긴 상처가 더 오래가듯
의식하지 못한 마음의 병에
새살은 쉬이 돋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없이도 잘 살아왔던 것처럼
애써 모른척할 뿐.
누군가를 의심하고 또 의심할수록
더 행복하게 웃는 나를 발견했을 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기어코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마치 바이러스처럼 온몸을 지배했다.
바이러스는 약이라도 있지만
이는 약도 없어 그저 온몸으로 견뎌냈다.
입 밖으로 뱉는 순간 휘몰아칠 것만 같아
새어나가는 숨조차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나는 검었다.
내보내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무언가가
형체 없이 몸속에 가득 차인채 그저 부풀어있었다.
바늘로 콕하고 찌르면 후루룩 빠져나갈까
나도 모르게 반짇고리로 시선을 옮겼다.
나의 성실함을 의식할수록 더 억울했고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들은 어느새 똬리를 뜬 채
공들여 만들어온 내 세계를 지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마주한 곳이
비로소 벼랑 끝임을 알게 되었을 때
작지만 힘 있게 피어있는 풀잎 하나와 마주했다.
온몸을 내어 참아내던 가쁜 숨이었는데
그토록 지키고 싶은 게 너였을까.
헌데 넌 내가 온 힘을 들이지 않았어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잘 있어주었구나.
그간 너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나를 지우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러다 우리 모두 위험겠구나 싶은 마음에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