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의심병

by 메이쩡


한때 누군가를 죽도록 의심다.


나도 모르게 생긴 상처가 더 오래가듯

의식하지 못한 마음의 병에

새살은 쉬이 돋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없이도 잘 살아왔던 것처럼

애써 모른척할 뿐.


누군가를 의심하고 또 의심할수록

더 행 웃는 나를 발견했을 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기어코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마치 바이러스처럼 온몸을 지배했다.


바이러스는 약이라도 있지만

이는 약도 없어 그저 온몸으로 견뎌냈다.

입 밖으로 뱉는 순간 휘몰아칠 것만 같아

새어나가는 숨조차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나는 검었다.

내보내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무언가가

형체 없이 몸속에 가득 차인채 그저 부풀어있었다.

바늘로 콕하고 찌르면 후루룩 빠져나갈까

나도 모르게 반짇고리로 시선을 옮겼다.


나의 성실함을 의식할수록 더 억울했고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들은 어느새 똬리를 뜬 채

공들여 만들어온 내 세계를 지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마주한 곳이

비로소 벼랑 끝임을 알게 되었을 때

작지만 힘 있게 피어있는 풀잎 하나와 마주했다.


온몸을 내어 참아내던 가쁜 숨이었는데

그토록 지키고 싶은 게 너였을까.

헌데 넌 내가 온 힘을 들이지 않았어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잘 있주었나.


그간 너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나를 지우고 있는 않았을까.

이러다 우리 모두 위험겠구나 싶은 마음에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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