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를 보며 문득 든 생각
흑백요리사 시즌2의 시리즈 중 세미 파이널 진출자를 뽑는 라운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후의 7인 중 단 2명만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 그중 주어진 요리시간까지 심사위원의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만이 결승 후보로 먼저 진출하게 된다.
요리 재료, 요리 가짓수에 제한이 없는 동등한 상황 하에서 출연자들은 각자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자신을 불태운다. 우리가 보는 화면은 그저 극적이고 화려한 편집일지 모르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그들의 혼란, 열정, 환희 등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중 속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임성근 셰프가 있었다. 이미 한식대첩이라는 경연대회에서 1위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서바이벌에도 긴장보다는 여유가 느껴지고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이들이 요리를 준비할 때 이미 심사를 받고 다른 재료로 준비하는 그의 속도와 실행력에 감탄했다.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하고 끝내 최고의 점수를 받아내겠다는 그의 전략은 단연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에 반해 최강록 셰프는 한 가지 요리에만 집중했다. 다른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엎치락뒤치락 점수를 바꾸는 동안에도 그는 유일하게 평온해 보였다. 오히려 보는 사람만이 그 평정심에 의아함을 품을 만큼 적어도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그랬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채워 완성한 그의 마지막이자 하나의 요리는 결국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아내고 만다. 서바이벌이지만 이렇게 드라마 같은 서사가 있을까.
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도전하고 경험하고 계속해서 검증받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단 하나라도 심혈을 기울여 끝까지 내가 믿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문득 그 전략의 차이에 의문이 들었다.
나라면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에 불안한 나머지 이도저도 아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두 전략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최강록 셰프의 묵직한 일관성에 여운이 많이 남았다. 아마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요리한 그의 겸손한 태도는 이것이 경연임을 잊게 할 정도로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였다. 나 역시 자신만의 철학과 방향을 믿고 안정적으로 내 길을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라 그런지 이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