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건 나일까 이빨일까
잠에서 깨자마자 이빨을 만지작 거렸다.
꿈에서 이빨 전체가 특히 앞니를 중심으로 통증이 계속되더니 손으로 조금만 건드려도 툭 하고 부러진다. 아주 깔끔하게 쏙 뽑힌 것도 아니고 정말 댕강 부러졌다. 산에서 막 베어진 나무 그루터기처럼 그 뿌리가 거칠고 지저분하게 남아있었다. 나머지 이빨은 지켜내 보겠다고 눈물로 혼잣말을 읊조린 채 손으로 부여잡고 있는데 이 마저도 부러졌다. 괴물 같은 이빨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싫어서 나는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잠에서 깨었다. 방금 전에 꾼 꿈인지 아니면 시간이 조금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빨이 빠졌고 더 빠지려고 했던 그 아픔, 슬픔이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거다. 졸린 눈을 비비고서라도 이 꿈의 의미가 궁금해 핸드폰을 들었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무슨 의미일까. 의미 없는 개꿈일까.
GPT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아래 이빨 = 감정·현실·버팀목, 아래쪽 이빨은 현실적인 문제, 감정의 바닥, 참고 버티는 힘을 말해. 아래 앞니가 거의 다 빠졌다는 건 참아오던 감정이 한계에 가까움, 현실에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무의식의 표현이야.
‘거의 다’ 빠졌다는 점이 중요해. 이건 작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누적된 피로 오래 참은 억울함 반복된 실망이 쌓였다는 뜻이야.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 진짜 많이 흔들리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상태야.
우는 장면까지 있었다면 이건 정말 분명해. 도움받고 싶음, 위로가 필요함, 혼자 감당하기 벅참. 절대 나쁜 예지몽은 아니고, 지금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꿈이야.
나는 스스로 괜찮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좌절할 시간에 내가 바꿀 수 있는 나의 감정만 잘 조절하면 되겠지 싶었다. 억지로 웃어도 뇌는 진짜로 믿고 옥시토신을 자동으로 분비한다고 했으니 그저 웃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낯선 공허함이 찾아든다. 회사 동료와 밥을 먹으며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 가끔 나만 아는 어둠의 그림자가 보일 때면 애써 괜찮은 척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정작 시선 둘 곳을 잃었다. 투정 부리듯 남편들을 탓하는 그들 앞에 차마 무겁게 입을 열 수 없어 대충 얼버무리곤 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런 꿈을 꾸고 나자 비로소 억눌려있던 감정들을 마주했다. 억지로 웃으며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필요하다면 털어놓고 주변의 도움을 좀 받아도 된다고.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 어둠이라도 마주해야 빛을 마주할 용기가 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무너지면 마치 이 가정이 다 무너질 것 같은 마음에 힘겹게 지고 있는 이 책임의 무게를 필요하다면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