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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Nov 29. 2021

<지리의 힘>

지리의 힘이 바꾼 역사의 지도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사실 나는 지리와 역사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명으로 기억하는 공부로의 역사에 크게 재미도 느끼지 못했고, 그 필요성도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다른 그 무엇보다 역사와 정치 지리에 큰 관심이 생겼고, 점차 내가 한국이란 땅에 살면서 세계 역사와 흐름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 그 이유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된 책, 바로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다.




오늘날 첨단 과학 기술과 눈부신 경제 발전 아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큰 테두리의 이면에 인류가 어찌하지 못하는 초 자연적인 힘 바로 지리의 힘이 이리도 크게 영향을 끼쳤을 줄이야...  세계를 이해한 시각은 그저 지구본의 북반구 남반구 정도의 구획과 큰 덩어리의 나라들의 아름다운

조각들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지구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인지,

자연이 과연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국은 왜 강대국이 되었는지, 중국이 어떻게 부상하게 되었는지, 유럽이 왜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지, 중동은 왜 여전히 분쟁이 끊이질 않는지, 한국의 분단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 모든 문제의 공통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이외에 또 하나가 있다.


바로 모두가 '지리의 힘'으로 말미암아 생겼고 또 앞으로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둥그런 지구본 위에 펼쳐진 어렵고 복잡한 하나의 그림처럼 외우곤 했던 세계는 사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제약과 인간의 욕망의 변주 곡 아래 완성된 '힘의 지도'였던 것이다.


어떤 나라는 지리적 열세 때문에 여전히 빈곤 국가로 허덕이고 있고, 또 어떤 나라는 풍부한 자원 때문에 주변국들의 관심을 넘어 지정학적 분쟁과 전쟁으로 소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로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으며, 해상과 육상의 연결 통로를 통해 자국의 발전만을 도모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강대국들의 전쟁 이후 식민지 분할 시, 해당 국가의 민족적, 문화적인 고려 없이 손끝에서 임의로 나눈 국가들의 경계선에 있었다. 서로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한 국가 안에 임의대로 밀어 넣고 그들이 잘 섞이기를 바랐던 건 욕심이라기보다 힘겨루기로 얼룩진 피의 지도였던 것이다. 여전히 그들은 통합이 아닌 분열을 자처하며 혼란의 중동으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지리적 힘과 인간의 힘의 힘겨운 각축전 아래 현재 첨단 기술 과학과 문명으로 점철된 놀라운 시대를 향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힘의 논리로 국경이 나뉘고 땅이 쪼개졌듯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늘 그렇듯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고 이 위에 살고 있는 인간도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기에...

문명의 향유가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이러한 지리적 힘을 믿고 이를 발전시키고 향유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지리의 힘'이 '국가의 힘'이 되고 이것이 '국민의 힘'과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자연의 위대함은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속 인간이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 위에 인간이 만들어낸 힘의 지도를 보고 있노라니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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