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고민도 하지 않고 선택한 저자의 두 번째 책
바로, <장벽의 시대>이다.
가까이는 한반도의 휴전선을 포함하여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장벽이 존재한다.
중국의 만리장성,
미국-멕시코 사이의 장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장벽,
인도를 둘러싼 나라들과의 장벽,
아프리카 식민주의가 남긴 장벽,
유럽 독일의 베를린 장벽,
영국 연합국가 속 북아일랜드와의 장벽까지.
과거보다 살기 좋아졌고,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지구촌이라 여겼는데 세계 곳곳에 아직 저렇게 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니,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어쩌면 저 거대한 눈에 보이는 장벽 보다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각하지 않을까. 그 이유가 종교적이든, 경제적이든 그 이유를 막론하고 우리는 점점 우리와 그들을 보이지 않는 기준과 잣대로 가르고 분리한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종교적, 부족적, 민족적인 경계 없이 강대국의 무력에 의해 임의로 나누어진 땅덩어리를 국가로 삼게 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민족 갈등이 끊이지 않게 된다. 또 여전히 이를 하소연할 곳조차 없이 매일을 불안과 전쟁의 늪에서 허덕인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장벽을 쳐야 할까?
다 같이 살아가기 위해, 타협하기 위해 장벽을 끌어내려야 할까?수천 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지금은 어찌할 수 없는 종교 갈등의 전면전은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장벽이 주는 이로움도 있다. 당장의 테러와 전쟁을 어느 정도는 막아주고,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평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 것이다. 얼마나 걸릴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를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 미약한 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불안함보다는 평화와 행복의 삶을 원하고 인정하는 어느 멋진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지금은 막연하게 꿈꾸는 그날이 언젠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