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그 글이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 그 겉껍질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 속에 있는 알맹이인 진짜 글, 진짜 삶에 대한 이야기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그저 취미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게도 누군가의 칭찬과 격려는 계속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지만, 내가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그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되새김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늘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땐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처럼 그 생각들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곤 했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는 왜 그때 그 새롭고, 의미 있고 때로는 슬픔에 몸서리치는 그 감정들을 그냥 흘러 보내기만 했을까.
그때그때 붙잡아 두고, 나만의 깊은 우물 안에 가두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찰랑거리다 마침내 진정한 나를 만날 기회를 주지 않고... "
세상에 우리가 새롭다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은 그저 누군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지 발명한 것이 아니듯
글쓰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에는 늘 창작이란 단어가 수식어처럼 따라붙지만 사실 모든 이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미루어 보면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고 좀 더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게 글이니까요.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필터로 세상을 보면 결과가 매 한 가지 일수밖에 없으니 그 필터의 사양을 높이려면 결국 본인 스스로 부단히 보고, 읽고, 쓰고, 경험하고 해야 하겠죠.
자기 삶을 오롯이 살아 내다 보면 자신만의 색깔과 관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남과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생각, 참신한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이 글을 쓴 작가는 그 부분에 있어 본인의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면서 그저 화려한 문체로 꾸며진 글이 많아지는 세태를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쓰는 것도 좋지만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하고, 잘 보아야 하고, 잘 경험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온전히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간다면 굳이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글 쓰는 게 밥벌이도 아닌 저라도 글을 쓰고 나서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고쳐 쓰기를 반복하면서, 이제 됐다고 느낄 때의 뿌듯함 그리고 누군가의 좋아요 하나가 저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주로 서평을 통해 누군가의 창작물에 저의 생각을 조금 더하는 정도의 글만을 써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창작이란 것이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오롯이 나만의 글, 나만의 생각이 담긴 창작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책 제목과 정말 너무도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기교를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그 글이 어떤 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 시작점부터 되짚어 준다는 점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란 무릇 어떻게 해야 한다가 아닌 어떻게 해야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알았고, 머리로 쓰는 글이 아닌 가슴으로 나아가 발로 쓰는 글이 진정한 글이 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글 쓰는 것을 너무도 쉽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이야기를 나 스스로가 아닌 늘 밖에서만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또 스스로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질 용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읽고 쓰며 살아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이신 강정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동화를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
막연히 그게 궁금해서 집어 들었던 책에서 글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 같아 너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지금도 흘러가는 시공간에 흩어진 나만의 생각을 얼른 주워 담기 위해 서둘러 노트와 펜을 준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