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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Feb 03. 2022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도서관에서 읽고 느끼다


예전에 기회가 닿아 여러 번 미술관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주한 그림 앞에서 제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옆에 쓰여 있는 그림의 제목과 화가의 이름 정도였습니다. 이후 그 그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은 모두 제 몫이었지요. 아무 지식과 정보 없이 바라본 그림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름답다' 정도의 짧은 식견으로 부끄러운 듯 얼버무린 채 다음 그림으로 시선을 옮기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렇게 그림 속 숨은 이야기와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를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정말 불변의 진리인가 봅니다. 거실 한가운데 그저 예쁜 장식품처럼 놓여있던 반 고흐<해바라기>라는 작품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유명 화가의 작품이고 환하고 쨍한 노란 색감이 좋아 선택한 그림이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그가 왜 노란색으로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난 후 바라본 <해바라기>는 더 이상 예쁘기만한 장식품이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명한 서양 화가들.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삶 속에서도 미술이라는 운명을 취한 이들의 삶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유했던 집안, 똑똑한 머리, 유대인이라는 신분 등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끝내 그림을 선택하고 붓을 들었습니다. 비록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위대한 화가로 단단하게 자리매김 하지요. 정말이지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도 운인 것 같습니다.


위대한 화가의 이름과 작품만을 단어처럼 기억했던 제게 그들의 숨은 서사를 이리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그림을 볼 때 그 화가의 생애와 숨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한 화가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와 제일 맞닿아 있는 시대의 화가인 마르셀 뒤샹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화가인 영향도 있겠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남긴 그의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 예술가만이 유일하게 창조 행위를 완성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을 외부세계와 연결시켜주는 것은 관객이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작품이 지닌 심오한 특성을 해독하고 해석함으로써 창조적 프로세스에 고유한 공헌을 합니다. "


예술이란 예술가가 일방적으로 창조한 작품을 늘 관객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의 말을 빌어보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는 관객 스스로의 판단과 해석에 있습니다.

관객을 그 창조적 프로세스에 함께 넣었다는 것, 그 관점 자체가 저에겐 매우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세간에 논란의 화두가 되기도 했던 뒤샹의 대표작 중 하나인 <샘>. 누군가는 이게 무슨 변기이지 작품이냐고 비아냥거리고, 또 누군가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위대한 작품이라며 소위 본인을 있어 보이게 포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그 판단과 해석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어 했던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이 아닐까요?


가볍고 유쾌하게 읽고자 한 미술책 한 권이 이제까지의 모든 미술 지식을 대체할 정도로 적지 않은 임팩트를 주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다른 시리즈들도 서둘러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방구석 미술관...

이는 저자가 2016년부터 팟캐스트로도 들려주는 시리즈로 알고 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정말 방콕 할 수밖에 없는 이 시점에 방구석에서 세계 최고의 화가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



그림 출처 : [예술과 경영] 가상현실은 미술관을 어떻게 바꿀까 < 미분류 < 기사 본문 - 테크 M (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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