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피아노, 다시 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1)

피아노를 취미로 한다고 하면 나오는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

by Double P


1. 피아노 얼마나 치셨어요?


피아노를 처음 배운 게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전학 간 초등학교 밑에 있던 피아노 학원을 다녔으니, 빨라야 2학년(9세) 혹은 3학년초가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 학원을 다녔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학원 연주회에 참가했던 게 5학년 무렵이고 중학교를 가서는 학원을 가지 않았으니 오래 다녔다고 하면 6학년(13세)일 테다.

그러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은 피아노를 배웠다는 것인데, 평균의 마법으로 4년이라고 하겠다.

성인이 되고 다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게 24년 9월 즈음이니까 이제 1년 하고 4개월 정도 된 듯하다.

그러면 6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취미로 피아노를 쳤다고 답해야겠다.


2. 어릴 때 어디까지 치셨어요?


아마도 바이엘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농도 쳤을 것이다. 부족한 기억력 덕에 피아노 삶의 시작에 관한 추억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다음이 체르니 100번이었을 것이다. 체르니 100번은 악보 표지가 기억난다. 보라색 표지였다.(물론 아닐 수 있다. 어린이의 기억은 쉽게 오염된다)

체르니 100번에서 어떤 연습을 했는지, 어떤 곡을 쳤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높은 확률로 100번까지 다 쳐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다음은 체르니 30번이었을 테다. 아마 책표지가 연두색 계열이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체르니 30번을 치다가 학원을 그만뒀다. 그리고 주황색 표지의 소나티네를 쳤다.

그리고 파란색 표지의 명곡집 중에 몇몇 곡을 쳤다. 이 명곡집 중에 제일 신나게 쳤던 곡이 ‘워털루 전쟁‘으로 도입부는 아직도 손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하얀색 책들(쇼팽, 바흐, 베토벤 등등)을 보면서 ‘피아노를 정말 잘 치면 저런 책들을 치는 건가?’, ‘저 책들 치는 누나들 멋지다’와 같은 생각을 했고 언젠가 치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3. 난 악보를 못 봐서 피아노 못 치겠던데, 어떻게 해?


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다. 아마 그 시대가 경제 호황기여서 예술에 대한 갈망도 확장되는 시기여서 그랬을 테다.

피아노를 배워보신 분들은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 혹은 다시 치고 싶다는 욕구를 가슴에 품고 산다. 하지만 ’취미로 피아노 쳐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 저도 어릴 때 피아노 쳤는데… 요즘엔 치고 싶어도 악보를 못 봐서 못 쳐요 ‘라며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해결책이 명확하다.


악보는 서점에 가면 살 수 있다. 그 말인즉슨 악보는 책이다. 책은 글로 쓰여져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악보에 쓰인 것은 음표, 음악의 언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어른이 된 뒤에도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한국말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음악의 언어라고 다르지 않다. 유창한 독해가 가능했던 언어라도, 20년 정도 단절하고 지냈다면 그 언어도 나를 잊었음이 분명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한음 한음 연필로 표시하고 음을 써가며 눈과 귀, 손으로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릴 때 익힌 것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되살아난다. 악보 읽는 것이 두려워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지 못한다고 하시는 분들께 딱 한 달만 악보를 열심히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그런데도 악보를 못 읽어서 다시 시작을 못하겠다고 하면, 근시일 내에 동시 통역기처럼 노력을 대신해 줄 기술의 발전이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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