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첫째 날
너무 기가 빨려버렸다. 아까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그 socializing으로 인해 새로운 (더 사교적인) 내가 될 의욕조차 떨어졌는데 어떤 면에서는 좋은, 어떤 면에서는 안 좋은 점인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 정리된 거라면 좋지만, 나 자신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려던 마음이 닫힌 거라면 안 좋다는 말이다. 하필 짐정리하다 숙일 때 부정맥이 시작됐었다. 그래서 기가 빨린 것 보다도 너무 지쳤다.
너무 지쳐서 무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보고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오가는 대화를 듣기라도 했을 수 있겠다 싶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근데 또 내가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괜찮기도 하면서 걱정되는 점이지만 굳이 걱정할 것도 많은데 이것까지 챙겨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걱정 안 하려고 한다. 한국에도 친구들이 있고, 그리고 가족이 있고. 이게 한 학기임이 너무 감사했다.
아까 내 룸메이트 I-이 인스타 아이디 물어봐서 없다고 할 순 없으니까 알려줬는데 이제 진짜 부계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겠다.
이 닦고 잠을 자야지. 슬프게도 다른 건 잘 챙겼으면서 (웃옷을 부족하게 챙기고 바지만 왕창 챙겼더라만) 치약을 두고 오겠단 생각을 했더랬다. 그나마 공항에서 양치할 용으로 치약을 솔 속에 짜 넣은 칫솔과 언니가 또 넣어준 칫솔이 있어서 언니가 넣어준 칫솔에 그 치약 좀 묻혀 닦고 있지만 치약이 시급하다.
난 그 조로 나눠서 돌아가며 저녁 요리하는 것도 안 하고 싶다… 다른 애들 요리가 그렇게 맛있을 것 같지가 않고 내가 요리할 때 남들은 안 가지는 정도의 마음의 부담 (심적, 경제적) 을 받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정말 옥스퍼드에서 공부는 기대된다. 일단 지금껏은 이 social aspect(사교적 면모)가 정말 힘들다. 룸메이트랑은 그래도 대화 텄는데 룸메이트가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를 열심히 해서 그녀와 단짝처럼 되지는 않을 것 같다.